원정연의 미술도시,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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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연의 미술도시, 홍콩] [22] 홍콩 타마르 공원, 팀랩(teamLab)의 <컨티뉴어스(Continuous)> 전시
어둠이 짙게 깔린 숲속 풀밭에 형광등처럼 빛나는 둥그런 나비 알들 무수히 흩어져 있다. 그리고 알들보다 한참 작아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야광의 사이사이를 돌아다닌다. 사람들은 빛나는 알과 어둠의 대비를 시각으로 느끼고 풀과 흙 위를 걸으면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푹신푹신한 알을 밀어보기도 한다. 빛나는 어둠 속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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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연의 미술도시, 홍콩] [21] M+ 미술관, 울리 지그의 중국 현대 미술 컬렉션
이번 칼럼에서는 M+ 미술관의 지그 컬렉션에서 인상적이었던 두 작품을 먼저 소개해보고자 한다. 사실 중국 미술의 역사는 유구하지만, 중국 현대 미술에 큰 관심이 없었고, 이렇게 많은 관련 작품들을 한 공간에서 실제로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놀라운 ‘컬렉터’ 덕분에, 그리고 이 시기에 홍콩에 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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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연의 미술도시, 홍콩] [20] 놀랍도록 빛나는 분수, 타이콴 컨템포러리의 브루스 나우먼 전시
중력을 거슬러 힘껏 솟아올랐다가 땅으로 시원하게 쏟아지는 분수의 물줄기는 청량하고 상쾌한 느낌과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분수(fountain)의 어원은 자연의 ‘샘’을 뜻하는 라틴어 ‘fons’에서 유래했는데, 인공 분수가 만들어지면서 그 물줄기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구조나 장소를 나타내는 지금의 의미로 확장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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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연의 미술도시, 홍콩] [19] 홍콩 가고시안 갤러리의 앤디 워홀과 무라카미 다카시의 꽃
여러 풍경과 계절 속에서 꽃이 피어나고 지는 것을 보면서 또 그만큼의 시간을 느끼며 살아간다. 꽃이 떨어져 져버리는 슬픔에도 불구하고 꽃이 피길 기대하는 것처럼 그래도 꽃에 대한 일반적인 인상은 아마도 기쁨, 화사함, 향기로움, 아름다움과 같은 긍정적인 언어일 것이다. 미술에서도 꽃이 가진 아름다움에 대한 작가들의 영감과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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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연의 미술도시, 홍콩] [18] 아트 바젤 홍콩 2024 인카운터스 섹션, 양혜규의 <우발적 서식지>
다양한 매체로 제작한 작품으로 전 세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양혜규(Haegue Yang, 1971-)의 가 아트 바젤 홍콩 2024의 인카운터스(Encounters) 섹션에 전시되었다. 스위스 바젤과 미국 마이애미 및 홍콩에서 매해 개최되는 아트 바젤은 미술 작품 거래를 가장 큰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세계 주요 갤러리들이 선정한 작품들을 전시하는 갤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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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연의 미술도시, 홍콩] [17] 이 작품은 누가 완성하나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과 ‘관계’를 맺는다. 내가 관계를 맺은 것은 사람일 수도 있고, 물건이나 장소, 혹은 어떤 상황일 수도 있다. 이러한 관계는 대부분 사람이 매일 마주하고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때로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움을 줄 때도 있다. 그런데 가끔 예술 작품이 반복적인 일상에 간단하고 작은 파동을 불러일으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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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연의 미술도시, 홍콩] [16] 상심 혹은 소망이 보이나요? 램브란트의 63세의 자화상
이마와 코끝에 반사된 빛줄기와 함께 화폭 밖을 꿰뚫는 한 인간의 눈빛이 있다. 여러 차례 두텁게 칠해진 얼굴을 제외하고는 다른 부분은 어둡고 불분명하다. 나이를 짐작게 하는 움푹 꺼진 눈과 눈 주위의 주름은 돌아치는 둥근 붓질로 물감 쌓아 그렸다. 두툼하고 처진 볼살은 캔버스 표면에 실제 주름을 만든 것처럼 두터운 물감을 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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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연의 미술도시, 홍콩] [15] 매너리즘에 빠졌나요? 틴토레토의 <노예의 기적>
‘매너리즘’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발전이 필요한 시점에 타성에 젖어 슬럼프에 빠지거나 나태해졌을 때, “매너리즘에 빠졌다”라고 말한다. 사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이 매너리즘이란 표현은 미술 양식을 칭하는 말이었다. 이탈리아어로 규범이나 양식을 뜻하는 ‘마니에라(maniera)’로부터 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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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연의 미술도시, 홍콩] [14] 구슬 속에서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요? 코헤이 나와의 픽셀 사슴 조각
미야쟈키 하야오(Miyazaki Hayao, 1941-)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에는 대자연의 섭리를 상징하는 초월적인 존재인 사슴신(시시가미, シシ神)이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 사슴신은 치유와 소생은 물론 죽음까지 관장하는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일본 샤머니즘에서 사슴은 생명을 치료해주는 영적인 힘을 가진 샤먼으로 만물의 삶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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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연의 미술도시, 홍콩] [13] 경험과 감정을 전하고 남은 것은 무엇인가요?
색채, 특히, 자연에서 우리가 보는 색채는 본원적이고 지속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날씨나 빛, 대기 등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러한 성질을 발견하고 화폭에 담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는 르네상스 이후 미술사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미술운동인 ‘인상주의’의 문을 연 화가이다. 그의 상징적인 수련 연작이나 건초 더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