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영화 향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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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이미지로 기억된다는 것, <천장지구>
김수진영화가 이미지로 기억된다는 것. 영화 속 장면들이 계속해서 아이콘화되어 회자되는 것. 이 두 가지만으로도 는 오래도록 회자되는 홍콩영화일만 하다. 1990년에 개봉한 천장지구는 개봉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진목승 감독의 초기작이었고, 이 영화 이후 홍콩 액션 영화의 거장으로 자리잡기도 했으며 천장지구가 큰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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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향유기] 지나간 그 시절, 사라진 그 공간을 재현하고 기억하는 방법
이아림 2024년에 살고 있는 우리는 구룡성채를 직접 마주할 수 없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이미 1993년에 구룡성채(철거 이후 발견된 현판에 따르면 이곳의 본래 명칭은 '구룡채성'이었음이 밝혀졌지만, '구룡성채'라는 명칭이 가지는 상징성과 한국어로 번역된 제목에 따라 앞으로 구룡성채라고 부르고자 한다.)는 철거되었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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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향유기]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
작가: 시원는 왕가위 감독의 작품인 를 촬영하며 있었던 비하인드, 삭제된 장면, 본편에 사용되지 않은 설정들을 한 편의 영상으로 모아둔 다큐멘터리다. 에서 연인이었던 아휘(양조위 분)에게 보영(장국영 분)이 ‘우리 다시 시작하자.’는 말을 건넨 순간부터 분기되어 어쩌면 본편의 주된 내용이 될 수도 있었던 아휘와 보영의 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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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향유기]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우리
김수진 (이하 에에올)을 함께 본 친구는 지극히 ‘개인’에 대한 영화라고 답했었다. 나에게는 지극히 가족영화로 다가왔는데, 양자경(에블린)이라는 '엄마'의 의미가 제일 컸기 때문이다. 나쁘게만 보였던 조부 투바키와의 대립 구도가 영화의 끝에 가서는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했으니. 자꾸만 비뚤어지는 딸 조이를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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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향유기] 사랑 이야기에 애절한 노래 한 스푼을 더한다면
임나은 미스테리한 느낌을 자아내는 현악기의 선율과 함께 색이 바랜 악보와 먼지가 수북이 쌓인 바이올린, 오르골을 차례로 비추며 영화의 막이 오른다. 은 10년 전 북경 최고 갑부의 딸 운언과 전설적 배우인 단평의 이야기, 그리고 청묘극단의 단원이자 결혼을 약속한 사이인 위청과 남접의 이야기를 번갈아 가며 비춘다. 중반부까지는 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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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명된 캐릭터가 아닌 ‘양자경’으로서 등장한 양자경
작가 이아림양자경은 을 통해 이전까지는 홍콩 영화계에서 볼 수 없었던 여형사 캐릭터로 호명되며 80년대 여성 첩보물의 선두주자이자 상징이 되었다. 시리즈를 통해 획득한 ‘액션 전문 여배우’의 이미지는 팜므파탈이 아닌 본드를 조력할 수 있는 매력 있는 여성 첩보원으로 전이되어 ‘웨이 린’으로 007 시리즈에 등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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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칼럼] 창왕(鎗王), 매력적인 사이코패스 살인마
박시원팽아리(장국영 분)에 사격을 배우러 온 양 사장이 생닭을 표적으로 삼아 총알을 박아넣을 때 아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움찔거리는 몸은 숨길 수 없다. 직접 사격하지도 않았으면서 종이로 만들어진 타깃이 아니라 동물의 근육에 총알이 박히는 모양에 더불어 이리저리 살점이 튀기는 선뜩함과 새로움에 순간 매료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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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의 유작 <이도공간>을 보고 떠오르는 물음들
김수진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시오’라는 말을 들으면 코끼리를 떠올리게 된다. 이렇게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 뇌가 작동하는 무의식 때문이라고 한다. 은 이와 비슷한 에피소드인 장국영의 강의로 시작된다. 귀신을 보는 장흔의 장면이 나오고, 귀신은 단지 뇌에 저장된 정보일 뿐 “여러분이 귀신을 언급하는 일이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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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간 중국 공안, 중국에 간 홍콩 경찰
작가 이아림영화는 중국 본토에서 살고 있는 단란한 가족의 이미지를 등장시키며 시작한다. 하지만 이러한 가족의 이미지는 오래가지 못한다. 오히려 이 아버지는 화목한 가족의 이미지와 불화하는 존재이다. 아들의 시합에 보러 오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오지 않아서 제대로 된 가족사진 하나 찍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위(이연걸 역)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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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영화향유기] 매듭 없는 불완전한 사랑 이야기가 더 매력적인 건, <타락천사>
영화 는 전작이었던 과 비슷한 결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특질을 띠면서 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채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네 명의 주인공, 그리고 불완전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은 똑같지만, 두 에피소드가 강하게 분리되어 따로 진행되었던 과 달리 캐릭터가 서로 느슨한 연결을 유지하며 대화하며 감정을 공유하기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