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OECD 국가들 중 저출산과 고령화가 1위라고 난리입니다. 장시간의 노동 문화와 높은 주거 및 부동산 가격, 부담스러운사교육비까지 한국은 아이를 권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고 합니다.
1989년 영국인 맥팔란 (McFarlane)씨는 오늘날 젊은 한국인들처럼 아이를 갖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미 아내와 네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딸린 식솔이 늘어나니 더 큰 집이 필요했고,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면서 주택 융자 (Mortgage)까지 얻었더랬습니다. 그럼에도 금전적인 부담이 심해 결국에는 주부생활을 하던 아내 역시 다시 직장을 찾아 일을 하러 나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 둘은 더 이상 아이를 갖지 말자는 결정을 하게 되었고, 결국맥팔란 씨는 1989년 10월 16일 정액이 정관을 통해 이동하는 것을 차단하는 수술인 정관절제술, 이른바 바섹토미(Vasectomy)라는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수술을 마친 의사는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지만 때로는 절제된 정관이 자연 회복되면서 다시 정액이 나올 수 있으니 당분간 피임기구를 사용하라고 하였고, 이듬해 1990년 3월 24일 검사에서 맥팔란 씨의 정액에서 더 이상 정자가 발견되지 않자 임신의가능성이 없으니 더 이상 피임기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수술이 잘 되었음을 믿은 부부는 이후 맘 놓고 성관계를 가졌는데 1년뒤인 1991년 놀라운 일이 생겼으니 바로 아내가 임신을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1992년 5월 6일 둘에게는 캐서린 (Catherine)이라는 건강한 딸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부부는 딸을 당연히 사랑하였고 아꼈지만 결국 정관절제술을 실패한 의사와 병원을 상대로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앞으로 태어난 아기를 키우는데 들어갈 양육비를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즉 어린 캐서린은 맥팔란 부부에게 반갑지만은 않은 아이였던 것입니다.
법률적인 관점에서 정관절제수술을 실패한 의사에게는 과실 (Negligence)의 책임이 있었습니다. 본지의 33주 법률칼럼에서도다뤘지만 “과실”이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상해” (Harm)를 입히지 말아야 할 “주의의무” (Duty of Care)가 있고, 그러한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누군가 상해를 입은 경우, 손해배상을 하게 만드는 법입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무의 위반과 상해의 인과 관계가 확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자신의 자동차를 부주의하게 운전하여 다른 누군가에게 상해를 입혔고, 그 피해자가 사망을 하였는데, 사망을 한 이유가 자동차 사고로 인한 것이 아닌 예전부터 앓고 있던 폐암 때문이었다면 “의무의 위반”과 “상해” 사이에 인과 관계가 요원 (Remote) 하였으므로 손해배상을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렇게 1992년에 시작된 맥팔란 대 테이사이드 (McFarlane v Tayside, 사건번호 [1991] 3 WLR 1301)사건은 7년간의법정 다툼과 상고를 통해 1999년 영국 대법원 (House of Lords)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통상적인 법리에 따르면 의료시술을 제대로 하지 않은 의사와 병원에게 과실이 있었고, 그 과실로 인해 상해를 입은 맥팔란 부부에게 손해배상을 하게끔 하는 것이 올바른 처사였겠지만, 법원은 그 “의료 과실”과 “상해” 사이에 인과 관계가 없다고 보고 맥팔란 부부의 손해배상 청구를 반려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판결의 이유가 걸작입니다. 바로 “새로운 아이의 탄생은 축복이고반가운 소식이므로 법적으로 “상해”라고 볼 수 없으며 법원은 단순히 법을 집행하는 곳이 아니라 때로는 어려운 도덕적 질문(Moral Question)에 정답을 찾아 정의를 실천하는 곳이다”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법원은 새로운 아이는“상해”가 아니므로 양육비로 인한 손해배상은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저출산에 고령화가 악화되어가는 요즘, 많은 개인적, 사회적 부담에도 새로운 아이를 가져야 하는 이유는 한 아이라는 탄생이 그 자체만으로 축복이자 반가운 일이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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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변호사(법정변호사) 이동주
Kevin D. J.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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