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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홍생] 나만의 소확행, 홍콩 에그타르트 딴탓(蛋撻) 위클리홍콩 2022-07-01 10:14:22

홍콩에 왔을 때 꼭 먹어봐야 하는 많은 먹거리 가운데 딴탓(蛋撻), 에그타르트가 있다. 어느 베이커리에서나 쉽게 에그타르트를 찾을 수 정도로 딴탓은 명실상부 홍콩의 대표 간식거리다. 에그타르트는 따뜻할 때 먹어도, 식었을 때 먹어도 맛있지만, 개인적으로 갓 구워낸 에그타르트 냄새는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유혹적이다. 달달한 에그타르트 하나에 따뜻한 블랙 커피 한잔을 곁들이면, 이만한 소확행이 없다.

 

홍콩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에그타르트는 크게 3가지 종류가 있다. 중국식 퍼프 페이스트리를 이용한 쏘우페이(酥皮) 딴탓, 쿠키같은 식감의 쇼트 크러스트 페이스트리를 사용한 아우야유페이(牛油皮) 딴탓, 서양식 퍼프 페이스트리에 커스터드 필링 위에 카라멜라이징된 포우탓(葡撻)이 있다. 

 

쏘우페이 딴탓과 아우야우페이 딴탓은 페이스트리의 차이만 있을 뿐 동일한 에그 커스터드 필링이 들어가며, 구워냈을 때 필링 표면이 매끈하고 밀도 높은 노란색 광택의 색을 띤다. 페이스트리 식감에 있어, 아우야우페이 딴탓은 쿠키같은 바스러지는 식감이다.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유명한 타이청 베이커리 에그타르트가 대표적이다. 

 출처 : https://www.taicheong.com/sg

쏘우페이 딴탓과 포우탓은 층층이 부서지듯 바삭한 식감의 퍼프 페이스트리를 사용하지만, 전통식 쏘우페이 딴탓의 페이스트리는 원래 버터 대신 라드(돼지비계 기름)을 넣은 중국식 퍼프 페이스트리다. 요즘에는 버터를 넣기도 한다. 한국인 사이에서도 유명한 Mott32나 유명 차찬텡 호놀룰루(檀岛咖啡餅店, Honolulu Cafe)에서 이 쏘우페이 딴탓을 맛볼 수 있다. 

 

출처 : http://www.honolulu.com.hk/ 

쏘우페이 딴탓과 아우야우페이 딴탓은 홍콩식 에그타르트지만 마지막 포우탓은 마카오식 포르투칼 에그타르트로, 버터 풍미가 가득한 서양식 퍼프 페이스트리에 좀 더 몽글몽글한 필링 식감의 커스터드 필링을 이용하며, 필링의 표면은 검은 반점처럼 카라멜라이징이 되어있다. 

 출처 : Pixabay

서양 디저트 느낌 가득한 에그타르트가 어떻게 홍콩과 마카오의 대표 먹거리로 자리잡게 되었을까? 에그타르트의 광동어 이름을 살펴보면, 달걀을 뜻하는 딴(蛋)과 영어 단어 타르트(tart)를 음차한 탓(挞)를 합친 단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걸 미루어볼 때, 자연스럽게 딴탓이 서양 음식에서 유래된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홍콩과 마카오가 영국과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그 영향으로 에그타르트가 현지에 소개되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홍콩 에그타르트는 광저우를 통해 홍콩에 소개된 먹거리라는 게 정설이다. 20세기 초, 영국인들을 포함한 많은 외국인들이 국제 무역 항구였던 광저우로 유입됐고, 현지 음식 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당시 광저우 백화점들의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했는데, 매주 새로운 음식을 선보이는 행사를 통해 처음 에그타르트가 소개되었고, 바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1927년 한 레스토랑에서 영국 커스터드 타르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운 커스터드 파우터, 버터 등 서양 식재료 대신 계란과 설탕, 우유를 넣은 현지화된 에그타르트를 만든 것이다. 

 

에그타르트는 광저우를 통해 홍콩에 소개되었고, 1940년대 초까지만해도 고급 레스토랑에서 홍콩 엘리트나 부유층만 즐길 수 있었던 고급 음식이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과 일본 강점기 이후 홍콩이 경제 침체를 겪으면서 에그타르트는 서민화 되었고 차찬텡, 딤섬집 등 홍콩 전역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국민 간식이 되었다. 시간에 따라 라드를 넣은 중국식 퍼프 페이스트리 대신 홍콩식 쇼트 크러스트를 이용한 에그타르트가 생겨났고, 오늘날 홍콩을 대표하는 두 가지 에그타르트가 자리매김하게 됐다.

 

마카오의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 포우탓은 생각보다 늦게 생겼다. 마카오에 살고 있던 약사 출신 영국인 앤드류 스토우(Andrew Stow)가 포르투갈 여행을 갔다가 그곳에서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인 파스텔 드 나따(Pastel de Nata)를 먹고 아이디어를 얻어 마카오에서 만들어 판 것이 그 시초다. 앤드류 스토우는 1989년에 마카오 콜로안에 로드 스토우스 베이커리(Lord Stow’s Bakery)라는 에그타르트 가게를 내면서 삽시간에 큰 인기를 얻었고, 마카오의 대표 먹거리가 되었다. 1999년에는 KFC가 그의 전처로부터 레시피를 사면서 KFC에서도 마카오식 에그타르트를 팔게 되었고, 아시아 지역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래서 에그타르트를 떠올릴 때, 이 포우탓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더 많다.

 

오늘날 미식의 도시답게 전통식 에그타르트부터 크림치즈가 들어간 에그타르트, 마차 에그타르트, 고구마 타르트, 초콜릿 타르트 등 다양한 버전의 에그타르트가 탄생했다. 하지만 영화 1편보다 뛰어난 속편 만들기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음식 또한 오리지널을 뛰어넘는 퓨전 맛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내 입맛에는 여전히 에그 커스터드 필링이 들어간 오리지널 에그타르트가 제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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