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동주 법정 변호사(홍콩 변호사)입니다.
지난 칼럼에서는 대한민국 법에서 정의하는 사기(詐欺)에 대해 논해 보았습니다. 또, "민사분쟁형 고소"가 한국에서 가능한 이유는 "고소 취하"와 "정상 참작"이라는 개념이 존재하기 때문이지만, 홍콩과 같은 보통법 국가에서는 이러한 "고소 취하"의 개념이 없고, 돈을 갚았다고 하더라도 보통 이것이 "정상 참작"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영국, 홍콩과 같은 보통법 나라에서 "고소 취하"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5세기에서 13세기로 이어지는 영국 법사학과 사기라는 범죄이론의 성장 과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한국과 같이 영국은 예로부터 침략을 많이 당한 나라입니다. 로마 제국이 멸망한 5세기부터 수많은 침략을 당하게 되는데, 그 중 가장 큰 예로는 앵글로-색슨(Anglo-Saxon)이라는 독일 북서부 출신 민족에게 당한 침략과, 이후 11세기에 이르러 프랑스 노르망디(Normandy) 출신인 "정복자" 윌리엄(William) 1세에 의해 당한 침략이 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침략과 정복을 당한 영국에서는 9세기부터 왕과 귀족들 사이에서 "왕의 평화"(King's Peace)라는 법률상의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했는데, 이는 더 이상의 침략을 원치 않았던 영국의 사회적 지배층들이 만들어낸 합의의 개념이었습니다. "계약위반"(Contractual Breach), "단순 폭행"(Battery)과 같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분쟁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보상"(Compensation)을 하여 해결되었지만, 살인(Homicide), 반역(Treason), 사기(Fraud)와 같은 보다 심각한 행위들은 단순히 개인들 간의 분쟁을 넘어 국가와 왕, 그리고 신(God)에 반하는 행위, 즉 앞서 말한 "왕의 평화"를 해치는 범죄(Crime)들로 분류되었습니다.
이렇게 "왕의 평화"에 반하는 "범죄"로 분류되는 행위들은 아무리 개인과 개인 사이에 "보상"을 통한 합의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 불법행위의 죄가 무거워 국가적 차원에서 추가적 형벌(Punishment)로 다스렸으며, 이는 보통 사형을 포함한 신체적 형벌이었습니다.
이러한 "반군주", "반제국"에 해당하는 행위는 범죄로 분류하여 형벌로 다스린다는 고대 영국의 법률 이론은 오늘날 보통법 국가들에서는 "반국가" 또는 "반인류"적인 행위를 형벌로 다스린다는 형법이론으로 발전되었고, 이는 곧 보통법 국가에서 "범죄"로 분류된 불법행위는 아무리 개인간 합의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고소 취하가 불가한 시스템으로 발전되었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영국의 보통법을 물려받은 홍콩 같은 영연방 국가들에서는 합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사기를 포함한 모든 범죄는 고소 취하가 불가하며, 유죄 판결 시 무조건 실형 또는 벌금, 그리고 전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합의되어 고소 취하된 사기 사건이 죄질에 따라 무혐의 처분 또는 기소 유예로 끝날 수도 있고, 죄질이 무거운 경우에는 아무리 고소 취하되었다 하더라도 실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만 보통법 국가에서는 위와 같은 이유로 합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사기 범죄는 무조건 실형 또는 벌금, 그리고 전과로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이동주 홍콩 변호사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는 홍콩의 법정 변호사(Barrister)로, 기업회생 및 파산절차,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해외 분쟁에서 홍콩법 및 영국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변호사는 인수합병, 합작투자, 금융, 증권, 지식재산권, 통상무역, 기업 형사 등의 분야뿐만 아니라 건설, 에너지, 조선, 해양, IT, 통신 사건 등 해외에서 발생하는 국내 고객 또는 로펌들의 각종 사건들을 수행, 대리하고 있으며, 분쟁 해결을 위한 전체적인 자문 및 소송업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칼럼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 홍콩이나 한국에서 사업이나 활동을 하면서 법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 홍콩의 법률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 이메일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홍콩 변호사 (법정 변호사) 이동주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Prince's Chambers (http://www.princeschambers.com.hk)
E: kevinlee@princeschambers.co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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