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곡한 콘크리트 빌딩숲을 걷다 보면 건물 외벽에 긴 장대같은 대나무들을 엮어서 세운 구조물을 자주 볼 수 있다. 높게 세운 대나무들이 삐쭉빼쭉 튀어나와있는 걸 보면 아찔하기도 하고 혹여나 바람에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곤 한다. 간혹 대나무 구조물 위를 자유롭게 오르락내리락하는 인부들을 보기라도 하면, 탄성이 나오기도 하면서 발을 헛디뎌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 마음이 콩닥콩닥 뛴다. 

홍콩에서 자주 보이는 이 대나무 구조물은 보통 건물을 건축하거나, 리모델링, 수리할 때 설치하는 가설물로, 대나무 비계(飛階, scaffolding)라고 한다. 대나무들을 끈으로 튼튼하게 엮은 후 작업 발판을 설치해 필요한 작업을 수행한다. 홍콩에서는 이런 가설물은 대나무 죽과 사다리 봉를 합쳐 광둥어로 ‘쩍팡(竹棚)’ 또는 ‘쩍팡가(竹棚架)’라고 한다. 홍콩에서 대나무 비계를 만들기 위해 매년 7미터 길이의 대나무 막대 500만 개를 사용한다고 한다.

한번은 예전에 살던 집에 에어컨이 고장이 난 적이 있었는데, 이때도 대나무 비계 설치가 필요했다. 실외기가 건물 외벽에 있었기 때문에 먼저 허공에 대나무 비계를 설치한 후 실외기쪽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었다. 베란다를 통해 실외기가 있는 건물 외벽까지 부분적으로 공중에 대나무 비계를 설치했는데, 옆에서 지켜보는데 마음이 졸여서 결국 작업을 마칠 때까지 나와 있어야 했다. 

이런 대나무 비계는 중국 북송시대 유명 작품 ‘청명상하도’에서도 그려져있을 정도로 천 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가진 건축 기법이다. 지금은 중국을 포함해, 일부 동남아시아에서도 간혹 대나무 비계를 볼 수 있지만, 홍콩처럼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사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홍콩처럼 높게 높게 대나무 비계를 세울 수 있는 곳은 단연컨대 홍콩이 유일할 것이며, 이러한 유일성 때문에 대나무 비계 문화는 가장 홍콩스러운 문화이자 이미지가 되었다. 

그렇다보니 홍콩을 배경으로 한 액션 영화에서 이 대나무 비계 위에서 액션신을 하는 장면이 단골 소재처럼 등장한다. 성룡이 나오는 ‘러시아워2’에서는 대나무 비계 위에서 성룡 특유의 익살스러우면서 아슬아슬한 액션신을 보여줬다. 비교적 최근에 개봉한 영화인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도 시무 리우가 대나무 비계에서 악당들과의 싸우는 위험천만한 액션신이 펼쳐졌다. 

대부분 나라에서는 철근 비계를 만드는데, 홍콩처럼 선진화된 도시에서 왜 아직도 대나무 비계를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대나무 비계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고 한다. 

우선 철근에 비해 저렴하다. 대나무는 지구상에서 생장 속도가 가장 빠른 식물 중 하나로, 하루에 최고 90cm씩 자란다. 그렇기 때문에 대나무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재로, 초기 구매와 보관 측면에서 철근보다 훨씬 저렴하다. 

두 번째는 철근에 비해 가볍다. 그렇기 때문에 대나무 자재를 옮기기도 쉽고, 철근보다 더 빨리 비계를 세우고 철거할 수 있다. 300미터 높이의 대나무 비계를 세우는데 하루면 끝날 정도로, 대나무 비계가 철근 비계보다 설치 속도가 6배 빠르고 철거 속도는 12배 더 빠르다. 게다가 필요한 길이만큼 쉽게 잘라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세 번째는 철근보다 내구성이 높고 튼튼하다. 홍콩처럼 태풍이 자주 오더라도 대나무의 높은 탄력성 때문에 오히려 철근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만약 비계가 무너진다고 하더라도 철근 비계가 무너졌을 때보다 피해와 손상이 적다. 

마지막으로 대나무는 자연 소재이다보니 가장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자재를 폐기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나무 비계는 가장 가벼우면서 튼튼하고 지속가능성이 높은 자재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나무 비계 설치 산업은 하향길에 접어들고 있다. 높은 업무 강도와 고층에 매달려서 작업을 해야 하는 위험성도 있지만, 교육의 기회 확대로 3D로 업종으로 여겨지는 극한 직업 이미지 때문에 젊은층들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나무 비계 설치 전문가들의 평균 연령이 50대 이상으로 고령화되고 있다. Construction Workers Registration Board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대나무 비계 설치 전문가 1,751명이 등록돼 있다. 

대나무 자재는 건설 현장 외에도 홍콩 지역 축제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음력 7월 15일 홍콩의 위란절(Yu Lan Ghost festival)이나 5월 청차우 빵축제(Cheung Chau Bun Festival)와 같은 대표적인 홍콩 지역 축제에서 대나무 자재로 임시 광동 오페라 극장나 빵탑 등을 만드는데, 축제의 또 다른 볼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