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동주 법정 변호사(홍콩 변호사)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몇 년째 동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가 시끄럽습니다. 2019년 말 처음 발병한 코로나바이러스는 2002년 중국 광둥성에서 최초로 발병하였던 사스(SARS 또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는 처음에는 치사율이 낮은 것으로 보도되었지만 첫 발병이 보고된 지 2년이 조금 지난 현재 전 세계 사망자 수가 6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는 무서운 호흡기 계열의 바이러스입니다.
홍콩법의 뿌리가 되는 영국법에서는 1861년 시행된 "신체상해법령"(Offences against the Person Act 1861)에 따라 애초부터 고의로 위험한 병을 퍼뜨리는 것을 가공소죄로 다루고 있습니다.
해당 법령 제18조 항이 성립하는 경우는 가해자가 심각한 신체 손상(Grievous Bodily Harm 또는 GBH)을 초래할 의도를 가지고 실제로 심각한 신체 손상을 일으킨 경우에 해당됩니다. 심각한 병을 확진 받은 자가 그 병을 퍼뜨릴 의도를 가지고 실제로 퍼뜨린 경우에도 성립되며, 최대형량은 무기징역(Life Imprisonment)입니다.
동 법령 제20조는 앞서 말한 제18조와 유사하지만 심각한 신체 손상을 초래할 "의도가 없었던 경우“ 성립됩니다. 예를 들어 병을 퍼뜨릴 의도는 없었으나 자신이 위험한 전염병을 확진 받은 상황에서 무모하고 신중하지 못하게 행동하여 남들에게 전염병을 퍼뜨린 경우에 적용되는 법령으로 최대 징역 3년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영국법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홍콩에서는 같은 이름의 법령을 만들어 유사한 조항들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심각한 신체 손상을 초래한 경우에는 신체상해법령(Offences against the Person Ordinance) 제17조에 따라 최대 무기징역을 받을 수 있고, 의도 없이 손상을 초래한 경우에는 제19조에 따라 최대 3년의 징역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체 손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보통 폭행이나 무기로 누군가를 해하는 것을 상상하지만, 영국과 홍콩의 보통법에서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무서운 병을 퍼뜨린 경우들도 "신체 손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실제 2004년 영국 고등법원 판례인 "디카"(R v Dica, 사건번호: [2004] QB 1257) 판례에서는 피고 "디카"가 자신이 에이즈(AIDS, HIV 또는 후천성 면역 결핍증)를 확진 받은 환자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두 명의 여성과 성관계를 하여 두 명의 여성 모두 에이즈에 감염시킨 사건이었습니다. 해당 판례에서 법원은 "두 여성이 피고와의 성관계에 동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에이즈에 감염되는 것에 동의한 적은 없으며, 피고가 에이즈 환자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성관계에도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유죄판결을 확정하였습니다.
이는 앞서 말한 영국법령의 제20조(또는 홍콩법령의 제19조)에 해당되는 범죄로, 피고는 상대를 에이즈에 감염시킬 "의도"는 없었지만, 자신과 성관계를 하는 여성이 에이즈에 감염될 위험(Risk)에 노출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범죄가 성립된 것이었습니다.
유사 사건인 2005년 판례 "콘자니"(R v Konzani, 사건번호: [2005] EWCA Crim 706)에서 법원은 반대로 성관계 전 자신이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상대에게 알렸고, 이를 알렸음에도 상대가 성관계에 동의한 경우에는 범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즉 자신의 감염 사실을 상대에게 알렸는지에 대한 여부의 중요성을 강조한 판례였습니다.
홍콩에서는 앞서 말한 신체상해법률과 더불어 "질병 예방 및 통제 규정"(Prevention and Control of Disease Regulation)이라는 부수법령(Subsidiary Legislation)을 통해 전염병의 확산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해당 규정 제32조는 홍콩의 보건부에서 지정한 특정 질병을 확진 받은 자가 길거리나 모임 내지는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공공장소에 가는 것을 금지하는 법령으로 위반 시 벌금과 최대 6개월의 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영문학의 가장 위대한 작가인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가 쓴 사극 "헨리 4세" (Henry IV)에는 폴스타프(Falstaff)라는 악인이 등장하는데 그는 극 중 이런 말을 합니다:
"I will turn diseases to commodity". (나는 질병을 이용해 돈을 벌 것이다)
위 대사처럼 지금과 같은 시국에도 수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이는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를 통해 돈을 벌고자 수백만 장의 마스크를 사재기한 업체들이 적발되었다는 뉴스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그 어떠한 질병보다도 무서운 것은 사람인 것입니다.
이동주 법정 변호사(홍콩 변호사)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 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국내외 분쟁에서 홍콩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칼럼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 홍콩이나 한국에서 사업이나 활동을 하면서 법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 홍콩의 법률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 이메일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법정 변호사 이동주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Prince's Chambers (http://www.princeschambers.com.hk)
E: kevinlee@princeschambers.co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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