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백화점들에 '실버스타' 매장을 초기에 개설하면서 백화점 중에서 주로 외곽지역에 매장이 있었던 시티스토어(Citi Store)에 카운터를 제일 처음 입점해서 열심히 혼자서 1인 3역을 할 때였다. 시내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약 한 시간 거리의 신계지역 윈롱(元朗)에 위치한 시티스토어(Citi Store) 분점에 하나의 카운터를 운용하는 상황이라 배달 화물차가 없는 관계로 오래된 개인 승용차로 제품을 싣고, 카운터에 손수 Display하고 비용 절감을 위하여 Promoter(판매원)가 한 명이라 점심 시간 등에는 본인이 매장을 지키며 판매를 가끔씩 대신하였고, 좌우 경쟁사 카운터의 프로모터 그리고 백화점 분점에 근무하는 담당 직원들과 가끔씩 얌차(광동식 점심)도 같이 하며 친분을 쌓았다. 한국인이라는 점과 회사 사장이 직접 카운터에서 판매원 역할도 한다는 특이한 이유로 모든 사람들이 본인을 특별히 기억하게 되었고 백화점의 대부분의 직원들과도 가까이 지내게 되었다.
▲ 김운영 회장(사진 왼쪽), 리닝(李寧)회장(오른쪽에서 세번째)
어느 날 광동어가 서투른 상태라 만다린과 영어를 섞어가며 백화점 고객들에게 제품을 열심히 홍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헨더슨 본사 백화점 최고경영자가 모든 직원들을 대동하고 현장 순시중 '실버스타' 카운터 앞에 나타났다. 본인이 한국인이며, 카운터의 사장이라는 것을 직원들로부터 듣고 본인과의 대면을 위하여 특별히 찾아왔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당시에 홍콩의 백화점에서는 한국제품을 구입하여 팔고 싶어도 구매물량이 소량이라 컨테이너로 대량수출을 원하는 한국의 수출회사들과의 거래가 전무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당시에 각 백화점에서는 앞다투어 한국을 직접 방문하여 제품 수입을 해보고자 노력 중이었다. '시티스토어'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본인이 한국인이라고 하니 백화점 입장에서는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었을 것이다.
추후에 한국제품구매를 위하여 모든 구매직원들과 서울방문을 계획 중이며 가능하면 자기들의 한국방문에 구매인솔 및 코디네이터로 통역을 부탁하였고 그날 즉석 매장미팅에서 본인의 도움을 정식으로 요청하였다. 놀랍게도 구체적인 연락방법을 알려주기 위하여 몇 분 후 다시 찾아왔던 백화점 담당 중역의 입에서 조금 전에 같이 만난 분이 헨더슨 그룹의 리샤우키(李兆基) 회장의 첫째 사위인 리닝(李寧)백화점 계열담당 최고경영자였다고 신분을 알려주었다.
한국 구매 여행은 빡빡한 일정으로 본인이 어레인지하여 리닝 최고경영자와 시티스토어 담당 임원, 구매팀장, 구매직원을 포함하여 총 6명이 실버스타 서울사무소의 도움으로 모든 일정을 소화하였다. 공장을 직접 방문하여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닌 소량구매의 바이어 입장이라 한국의 도매시장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은 도매시장이라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시장의 이곳저곳을 빠짐없이 방문하여 1주일간 각각의 가게로부터 몇십 개씩 소량으로 구매한 제품들을 모아서 홍콩으로 돌아올 때는 각자 2개의 점보 여행용 백으로 비행기에 체크인하는 보따리 장수같은 스타일로 구매를 시작하였다.
통역을 해가며 가격을 흥정하고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이들과 떨어질 수 없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한시도 구매팀을 떠날 수 없는 그야말로 중노동의 일정이었다. 밤에 일을 하다 보니 낮에는 호텔에서 휴식을 위하여 잠만 자고 관광을 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도 전혀 없었다. 몇 개 않 되는 백화점을 보유한 시티스토어 그룹이라 아이템별 수량이 이런 식의 도매시장 구매가 아니면 절대로 구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고생 끝에 성공을 경험한 한국 상품 수입은 이후에 백화점의 주요 이윤 창출의 카테고리가 되었다. 처음에 일 년에 한 번으로 시작한 구매 여행은 일 년에 4번의 주기로 방문을 늘려서 계절별 제품구매로 구매량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백화점 바이어들과의 협업이 효율적으로 진행되자 본인이 구매 여행에 절대로 빠질 수 없는 멤버가 되어서 다른 업무를 돌볼 수 없을 만큼 엄청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 후 서서히 브랜드별 재고 구매를 할 수 있는 수량이 늘어났기 때문에 도매시장 구매를 탈피하여 각각의 브랜드 회사를 방문하여 1,2,3년차 재고를 값싸게 구매하여 많은 수익을 올렸다. 처음 방문 이후 7,8년 뒤부터는 한국 상품 코너를 더욱 크게 늘렸고 한국의 주요 브랜드를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카운터를 만들어서 명품 매장으로 키워가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Parkland, Basic House, Indian, 에녹, Babyra, Com by Com, BYC 등 수십 개의 한국 패션 브랜드 매장을 이때 유치하여 실버스타가 결국에는 홍콩대리점이 되어서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실버스타가 백화점과 협업하여 패션뿐만 아니라, 화장품, 주방가정용품, 가전제품 등 Made in Korea 제품의 홍콩 수출이 시티스토어 백화점을 통하여 급격히 판매되자 경쟁 백화점인 Sincere, Wing On, Jusco, Sogo, Yata등에서도 본인 회사에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시티스토어와의 협업을 끝까지 유지하였다. 한국 수입 상품 관련하여 시티스토어의 경영진과의 좋은 인간관계로 모든 백화점 직원들이 실버스타 카운터 오픈에 큰힘을 실어주었고, 일사천리로 시티스토어의 모든 분점에 매장을 오픈하게 해주었다.
홍콩에 있는 타그룹 백화점에도 시티스토어의 모든 분점에 오픈된 실버스타 매장을 참관한 후 매출 자료 등을 파악하여 매장을 오픈하도록 허락해주었다. 그렇지만 시티스토어 1호점 이후에 소고백화점까지 전부 30여 개의 카운터가 오픈되기까지 무려 15년이 걸렸다. 일본의 선진 리테일 비지니스를 일찍이 받아들인 한국의 백화점들을 한국 구매 여행 때마다 벤치마킹한 본인은 그 후에 홍콩에 비하여 더욱 발전된 한국의 백화점 리테일 방법을 따라서 하는 것이 실버스타의 향후 비지니스 방향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리하여 매장 컨셉을 색동인형 등 소품을 곁들여서 한국적인 디자인으로 바꾸고 회사의 배달 차량인 트럭과 밴(Van)에 아예 태극 문양을 포스터(POSTER)로 붙였고, 아리랑 문양을 넣어서 코리언 컨셉으로 차량의 외부도색을 바꾸었다. 배달차가 하루 종일 30여 군데의 카운터에 배달을 위하여 홍콩 전역을 운행하였다. 그 당시 홍콩을 방문한 실버스타의 지인들이 거리에서 실버스타의 차량에 그려진 태극기를 발견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홍콩사람들이 택시를 타고 광동어로 '실버스타(銀星廚具)'를 말하면 기사분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려서 좋다는 표시를 하였다고 들었다. 약 20여 년 전 시작된 헨더슨 그룹의 시티스토어 백화점 한국 구매 활동은 코로나 사태 전까지는 계속 되고 있었다. 홍콩 4대 재벌 중 하나인 헨더슨(Henderson) 그룹과 한국 그리고 실버스타의 인연도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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