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TV 매체를 통해 갯벌에서 지게처럼 생긴 도구를 끌고 다니는 아낙의 모습이 붉게 물든 석양과 함께 어우러지는 장면을 보게 된다. 갯벌에서 백합을 캐는 풍경이다.
지게처럼 생긴 ‘끄래(끌개)’로 갯벌을 긁으면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조개의 여왕’ 백합이 모습을 드러낸다.
숙련된 현지 어민들은 부딪치는 소리와 감각만으로도 백합과 동죽이며 배꼽조개를 구분한다고 한다.
백합은 조개의 여왕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같은 갯벌이라도 포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수심 깊은 곳에 뚝 떨어져 서식한다. 바지락 같은 대부분의 패류들이 얕은 갯벌에 사는 것과 대조된다. 그래서 백합은 물이 많이 들고나는 사리 때 약 일주일 전후한 간조 무렵에 집중적으로 잡는다.
백합은 영어권에선 ‘clam’이라 하고, 자신의 상황에 만족한 태평한 상태를 ‘happy as a clam’이란 관용어로 나타낸다. 도대체 백합의 기분이 행복한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어 백합처럼 기분 좋다는 표현이 나온 것일까.
원래 옛날에는 ‘happy as a clam dug at high tide’의 형태로 썼다. 즉 ‘만조 때 파낸 백합처럼 행복한’의 뜻이었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백합은 갯벌에서 만조 때 잡는 것이 아니라 물이 다 빠진 간조 때 잡는다. 따라서 정신이 제대로 된 백합이라면 밀물이 들어올 때 “아, 이제는 살았구나.”하고 마음을 놓을 것이라는 기발한 상상이 가능해진다. 그런 연유로 쓰이기 시작한 것이 어느새 거추장스런 뒷부분이 떨어지고 본체만 남아 쓰이고 있다.
백합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우선 백합은 패각에 밤색 나이테가 선명하고, 폭이 약간 긴 타원형이다. 말백합은 패각에 톱니 모양(∧∨)의 무늬가 있고 백합에 비해 비교적 둥근 모양이다.
백합은 갯벌에 묻혀 있지만 불순물을 계속 내뱉는 습성을 지녔다. 따라서 입을 꼭 다물고 있는 싱싱한 백합을 까보면 백합 자체에서 만들어진 뽀얀 조개물이 들어있다. 이는 태음정(太陰精)이라 하여 청혈(淸血), 혈압 등 혈관계 질병에 특효약으로 쓰인다. 따라서 회로 먹을 때는 속에 든 물을 흘러내릴세라 조심스럽게 들이 마시고 나서 살을 꺼내 회로 먹는다.
백합은 산란기를 앞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에 끓이는 탕이 더욱 맛있다. 백합 속에 있는 국물인 태음정이 우러나와 그 빛깔은 새벽의 푸른 안개와도 같고 맛이 시원하여 숙취 해소에도 그만이다.
백합 특유의 개운한 감칠맛은 타우린, 베타인, 핵산류와 호박산이 어우러져 나타낸다.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타우린 성분도 많아 만성적인 피로를 풀고 봄철 춘곤증을 물리치는데도 좋은 식품이다.
박학다식 – 강진원님 백합 자랑
맛 좋고 싱싱한 백합 산지로 유명한 전라남도 강진에서는 백합이 고을 사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 사랑이 어찌나 지독했던지 강진 사또에겐 ‘백합국 사또’ ‘강진 원님 백합자랑’이란 별명이 따라붙을 정도였다.
한데 그들의 백합 사랑은 강진의 토산 곡주 대문이니, 곡주를 잔뜩 먹고 취한 사또가 이튿날 백합탕 국물을 먹고 나면 속도 편하고 술도 잘 깨는 까닭에 침이 마르도록 백합탕 자랑을 했던 것이다.
조개류의 숙취해소 효능은 이미 잘 알려져있지만, 특히 백합에는 숙취해소에 뛰어난 성분이 많다. 타우린과 베타인은 알코올 성분이 잘 분해되도록 도와주어 술 마신 뒤 간장을 보호하고, 글리코겐 성분은 피로회복에 효과적이라 술 마신 다음 날 한결 개운한 기분이 들게 한다.
출처: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수협중앙회 홍콩무역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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