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아림
영화는 중국 본토에서 살고 있는 단란한 가족의 이미지를 등장시키며 시작한다. 하지만 이러한 가족의 이미지는 오래가지 못한다. 오히려 이 아버지는 화목한 가족의 이미지와 불화하는 존재이다. 아들의 시합에 보러 오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오지 않아서 제대로 된 가족사진 하나 찍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위(이연걸 역)는 중국 공안(경찰)이지만 홍콩 범죄 조직에 속해 있는 소위 말하는 ‘언더커버’이기에 가족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보스의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홍콩으로 떠난다. 이러한 불화는 공위에게 자신의 가족이 ‘보호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가족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자신이 자신의 신분을 모두 숨긴다. 자신의 남편과 아빠가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한 채 둘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홍콩으로 간 아버지의 존재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아버지의 부재를 바라보며 각자 맡은 ‘가족’의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만 있다. 공위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 중국 본토로 간 홍콩 경찰 방 형사(매염방 역)를 통해 이러한 불통이 깨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홍콩에서 총격 신 이후 도망치는 공위를 붙잡기 위해서 방 형사는 옥상에서 가로등 점검 공간으로 뛰어내리지만 떨어질 위기에 처한다. 그 위기에서 자신을 구해준 공위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 방 형사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그의 정체를 알아 내기 위해 중국으로 떠난다.
그렇게 홍콩에서 중국으로 이동한 방 형사를 따라가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등장인물들의 언어이다. 중국에 있는 공위의 아내와 아들은 중국어(본토어)를 사용하고, 방 형사는 광동어를 사용한다. 이들은 서로 ‘중국어 알아듣죠?’, ‘광동어 알아듣죠?’라는 대사 이후로 각자의 모어를 사용해서 의사소통을 하는 듯하다. 즉 서로가 중국어와 광동어를 말하지는 못하더라도, 알아들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 영화를 진행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어와 광동어는 서로의 언어를 알지 못한다면 알아듣지 못한다. 공위의 아내는 광동어를 배웠다고 치더라도, 아들의 경우에는 영화에 묘사된 상황으로 보아서 광동어에 전혀 노출될 수 없는 환경이다. 하지만 아들 또한 방 형사의 말을 잘 알아듣고 있다. 이를 영화적 설정이라고 이해해 본다면 인물들은 중국어와 광동어 중 자신의 모어로 추정되는 언어로만 말을 하고 있긴 하지만 다른 언어와의 의사소통에는 무리 없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영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중국어와 광동어 중 하나의 언어로 통일된 것이 아니라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언어 혼용은 영화 초반에 등장한 가족의 이미지가 새롭게 변모하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방 형사는 중국에서 공위의 아픈 아내를 돌봐 주고 아들과 놀아주지만 그곳에서 여전히 광동어를 쓴다. ‘중국에서 광동어를 쓴다’는 설정은 중국과 홍콩 간의 경계를 전제하고 있으며, 동시에 이 경계를 지우려고 애쓰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중국어 화자와 광동어 화자가 서로 대화를 나누면, 사실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그렇게 언어에 의해 두 사람 사이에 경계가 지어지고, 본토 사람 – 홍콩 사람으로 규정된다. 하지만 이렇게 중국과 홍콩의 공간과 언어의 교차되면서 둘의 경계는 흐려진다. 광동어 화자인 방 형사와 중국어 화자인 공위의 아들 공고(사묘 역)는 흐려진 경계 위에서 정을 쌓아가고 방 형사는 공위의 아내와 아들에게 사실 남편은, 아빠는 중국 공안이고 스파이 역할을 하느라 홍콩 범죄 조직에 속해 있는 것이라 말해 준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아픈 아내의 마지막을 지켜보고 중국에서 혼자가 된 공고를 데리고 홍콩으로 다시 돌아온다. 이들 가족의 ‘메신저’로 기능하는 것이다. 중국에 온 홍콩 경찰 방 형사의 존재와 그로 인해 지워지고 있는 경계를 통해 불화하고 있던 가족의 이미지가 재정립될 틈이 생긴다.
공위와 공고는 홍콩에서 드디어 재회한다. 둘은 이제 보호하고-보호받는 위치에 놓여있지 않다. 아빠의 진실을 안 아들은 아빠를 지키기 위해서, 아빠는 이제 유일한 가족인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 자리에 선다. 방 형사는 이 둘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애쓴다. 자신의 아빠 공위가 공안인 것을 보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공고는 끝까지 아버지의 존재를 모른 채 하고 숨긴다. 아버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구함으로써 아버지를 보호한다. 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해서 아버지를 부정해 버리는 것이다. 아빠의 부재를 그리워했던 공고는 스스로 아버지의 자리를 잠시나마 없애 버리는 데에 이른다. 단란한 가족의 이미지가 깨지는 순간이다. 그렇게 아빠와 아들은 가족 내에서 각자의 역할에서 벗어나서 ‘공위’와 ‘공고’ 그 자체로 같은 자리에서 같은 곳을 보고 같은 적을 두고 맨몸으로 싸운다. 아들은 아버지를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진다. 가족의 정이 아닌 공위와 공고의 의리로 끝날 것 같던 이 싸움은 헬기를 타고 나타난 방 형사에 의해서 다시 가족의 이미지로 작동된다. 그렇게 그녀의 등장은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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