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 시대의 한국어 교육>
한국 문화의 위상이 전 세계적으로 올라가면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습자의 지리적 폭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Covid-19으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교실 수업 환경을 online으로 그 영역을 전환시킴으로써 학습자의 연령층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내가 만나는 학습자들의 연령대도 10대 초반부터 60대 후반까지 다양하다.
M은 올해 중학교 1학년 남학생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 한국어공부를 시작하여 아직은 학습 기간이 1년이 채 안 되는 온라인 학습자이다. BTS와 BLACKPINK의 팬인 M은 K-pop 때문에 한국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노래와 춤을 좋아해서 웬만한 춤은 다 커버할 수 있고, 내가 들어본 적도 없는 걸그룹과 보이밴드의 멤버들까지 다 숙지가 된 상태다. 나에게는 그 어떤 학습자보다 이 어린 학습자를 가르치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다.
우선 한국어교육 현장에서는 어린 외국인 학습자들을 위해 집필된 한국어교재가 전무후무하다. 그러다보니 수업 시간마다 학습자의 선호도와 취향 그리고 학습 능력을 고려한 교안을 준비해야 한다. K-pop을 좋아하는 이 학습자에게 발음 규칙을 가르칠 때에 BTS의 ‘봄날’ 가사를 이용하여 1) 7개 대표 받침 소리 2) 자음 동화 3) 연음 법칙 4) 경음화 5) 격음화를 지도해 보았다. 일반 성인 학습자들이라면 지루해할 만한 발음 규칙을 학습자가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를 활용하니 지도하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이 학습자를 지도할 때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다름 아닌 digital 활용 능력, 즉 ZOOM 스킬이다. 유례없는 Covid-19 팬데믹으로 전세계가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재택근무가 권장되었으며 학교 수업마저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이 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obile-Netizen들이야 온라인 수업 환경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지만, 화면 공유에서 소리 공유로 창이 매끄럽게 넘어가는 클릭의 스킬을 이해해야 하는 교사들로서는 새로운 수업 방식을 익히느라 골머리가 꽤 아팠을 것이다.
내 경우도 학습자가 교사보다 온라인 수업 활용도가 뛰어나다. 예를 들면 교사가 host가 되어 교안을 화면에서 공유하면 이 어린 학습자는 host에게 권한을 요청하여 공유 화면에 이미지 사진을 턱-하니 첨부하거나 마우스로 삐뚤빼뚤 글씨를 써 놓는다. 내 소중한 교안이 흐트러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학습자가 수업의 내용을 이해하고 교사와 소통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런 류의 학습자 개입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또한 이 학습자는 시간을 들여서 어휘를 암기하지 않는다. 지난 주에 제시했던 어휘를 이번 주에 다시 제시하면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컴퓨터를 켜면, 그리고 모바일을 이용하면 원하는 어휘를 번역기를 통해 1초 만에 찾으니 굳이 번거롭게 어휘를 암기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외국어 학습 현장에서 어휘 암기는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학습자가 발화 시 문법적인 오류를 저지른다 하더라도 모국어 화자는 외국인 화자의 발화를 맥락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어휘를 모른다면 학습자가 의도한 바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래서 교사들은 한 과가 끝날 때마다 학습자들의 어휘 암기 상황을 확인해 보고, 또 어휘 사용의 적합성을 직접 활용해 보라는 차원에서 ‘문장 만들기’라든지 ‘일기 쓰기’ 숙제를 주곤 했다. 학습자들은 또 얼마나 열심히 숙제를 해 왔던가? 교사들은 각양각색의 볼펜으로 친절히 오류를 수정해주고, 코멘트를 달아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어를 비롯한 외국어 습득의 접근법이 진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교실 수업에서 공간의 장벽을 넘어서는 온라인 수업으로 확장되었고, 언어 교육의 권위자들이 집필해온 두툼한 대학 출판 교재 대신 먹방, 뷰티 영상, 예능 프로그램이 흥미 있는 시청각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더욱이 교사 인프라가 집약되어 있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의 등장은 전문 교육 기관에서 정식 과정을 이수한 교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 플랫폼에는 자격증 소지자는 물론 대학생, 직장인, 주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국어 튜터들이 다양한 외국인 학습자들과 연결되기를 원하고 있다. 학습자들은 플랫폼에 가입해서 학습자가 원하는 시간에, 학습자가 원하는 튜터와, 학습자가 원하는 교재나 주제를 가지고 한국어를 보다 탄력적으로 배울 수 있다.
이런 진화적 측면에서 본다면 M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에, 그 언어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틀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갖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번역기를 이용해서 자신이 뜻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고, 문법이나 어휘 오류가 의사 전달에 큰 제약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 얼마나 유연한 태도인가?
시대는 변하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습자가 늘어나고 있고, 이곳 홍콩에서도 홍콩의 대학입학능력시험(DSE)에 ‘제2외국어로서의 한국어’가 외국어 과목으로 채택되면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하겠다. 학습자들은 여전히 교실 수업을 선호하지만 온라인수업에 대한 수요 역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시점임은 분명하다. 더불어 교사로서 학습자보다 한 발 앞선 줌 스킬 숙지도 과제지만 온라인 수업에서 자칫하면 놓칠 수 있는 교사와 학습자 사이, 학습자와 학습자 사이의 공감 능력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가 가장 큰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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