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최대의 민영 방송국인 TVB((Television Broadcasts Limited)의 고위 관리 비리 사건으로 홍콩 사회가 떠들썩하다.

홍콩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1일 TVB 중견 간부이자 TV 프로그램 진행자인 스티븐 첸(Stephen Chan Chi-wan·51)이 전직 비서와 3명의 다른 고위 관리와 함께 비리 혐의로 ICAC(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 廉政公署)에 체포됐다.

소식통에 의하면 스티븐 첸은 광고 프로덕션 회사를 운영하면서 TVB 소속 연예인들을 리본커팅이나 쇼핑몰 행사 등에 동원했고, TVB가 제작한 대형 쇼프로그램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첸을 비롯한 5명은 TVB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부당 이익을 취한 혐의로 체포됐으며 이날 ICAC는 2003년 TVB의 관리층과 연예계의 거물, 유명 가수 등이 포함된 22명을 체포한 이후 가장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체포된 5명 중 TVB의 쇼프로그램 프로듀서인 윌슨 친(Wilson Chin Kwok-wai)과 TVB 소속 연예인 닝 진(Ning Jin)은 스티븐 첸의 토크쇼인 'Be My Guest' 제작에 함께 참여하는 등 매우 친밀한 관계였다.

이밖에 TVB의 마케팅 영업이사인 윌슨 첸(Wilson Chan)과 스티븐 첸의 전직 비서이자 현재 광고 프로덕션 회사 사장인 Edthancy 쳉(Edthancy Tseng Pei-kun·28)도 함께 체포됐다.

TVB 대변인은 체포된 직원들의 직위를 즉시 박탈했다고 밝혔다.

ICAC 대변인은 5명 모두 부패 혐의와 관련해 체포됐다는 사실을 확인해주고 TVB 측이 이번 조사에 충분히 협조해줬다고 밝혔다.

이들 5명은 노스포인트에 위치한 ICAC 본부에 구금됐으며 40여 시간의 조사를 받은 후 12일 밤 보석으로 풀려났다. ICAC는 이들의 보석 조건이 어떠한지 밝히기를 거부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스티븐 첸과 윌슨 첸은 광고제작회사로부터 뇌물을 받고 방송국의 여러 프로그램 관련 계약을 따낼 수 있도록 협조했으며 스티븐 첸은 프로듀서인 윌슨 친에게 댓가를 받고 TVB 소속 연예인들에게 저가의 출연료에 이 광고회사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이번 사건을 접한 대부분의 TVB 직원들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으며 스티븐 첸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TVB 대변인은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부패 방지 세미나와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으며 직원과 그 직계가족이 외부에 회사를 설립하거나 다른 회사의 요직에 임명되는 경우 반드시 회사에 보고하도록 하는 등 비리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한 뒤 ICAC의 조사로 인해 방송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ICAC는 관련자들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서류를 확보하고 주변 인사들과 접촉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소식통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광고회사의 주주와 사장이 방송사의 고위층에 뇌물을 제공하고 예능 프로그램의 계약을 따낸 뒤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연예인들에게 낮은 출연료를 강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TVB 대변인은 ICAC에 제작부와 연예인 관련 자료를 제공하기로 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번 사건에 정통한 한 소식통이 스티븐 첸과 관련된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연예인들이 소환될 예정이고 더 많은 관계자가 체포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하자 홍콩 언론은 이번 사건이 홍콩 방송가와 연예계에 일파만파 확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뇌물 수수 관련 법규에 따르면 고용주의 허가 없이 부당 이익을 취해 이를 위반한 자는 최고 5십만홍콩달러의 벌금과 7년형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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