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선전(深圳)에서 아동 납치 사건이 연달아 발생해 자녀를 선전으로 등교시키거나 선전에 거주하는 홍콩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납치범들은 장난감으로 유인하거나 강제로 납치하는 방식으로 아침 등교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적어도 두 명의 초등학생이 납치돼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에는 훼손된 신체 부위가 담긴 모습이 퍼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선전에 거주하는 홍콩 학부모들 사이에 공포감이 확산되며 자신의 자녀가 다음 목표가 되지는 않을지 불안해 하고 있다.
현재 약 6만2천명의 홍콩인이 선전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 홍콩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9천여 명이고 선전의 학교를 다니는 홍콩 학생은 1만여 명에 이른다. 납치 관련 소식을 접한 홍콩 부모들은 보디가드를 고용하거나 자신이 직접 등하교를 시키고 있다.
최근 선전의 인터넷에는 10여 명이 넘는 초등학생이 납치당해 몸값을 지불하고도 살해당했다는 내용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으며 홍콩 학부모들이 모이는 곳마다 납치 사건으로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다.
유괴범 일당이 한 학생을 납치, 살해한 후 사체를 토막내 삶아 유기했다는 소문도 확산되고 있어 대부분 혼자서 학교를 다니던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의 부모도 자녀와 등하교를 함께 하고 있는 실정이다.
홍콩 일간지인 성도일보(星島日報)의 심층 취재에 따르면 최근 선전에서 최소 2건의 납치살해 사건과 1건의 납치 사건이 일어났으며 납치 사건의 경우 아이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납치살해 사건이 발생한 한 학교는 선전 난산취(南山區)에 위치한 외국어 초등학교로, 학교 학생이나 주변인들에 의하면 이 학교 6학년 학생이 12월 20일 등교 도중 수명의 남자들에게 붙잡혀 차에 실려 납치됐다.
사건 발생 후 부모는 아이가 길을 잃은 것으로 생각하고 도처에 전단지를 붙이기도 했으나 납치범으로부터 미화 50만달러를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왔고 부모는 몸값을 지불했지만 아이는 돌아오지 못하고 살해당했다.
정보에 의하면 유기된 시체는 현재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선전 공안 당국은 1명의 납치범을 체포했으나 나머지 일당과 몸값은 찾지 못했다. 이 학교는 올해 6월에도 한 학생이 납치됐으나 다행히 공안에 구출된 적이 있다.
또 다른 납치살해 사건은 선전 푸티엔취(福田區) 위엔링(園嶺) 초등학교에서 발생했다. 이 학교 5학년 학생이 지난 달 등교 도중 납치되자 부모가 공안에 신고했으며 즉시 검거에 나선 공안에 의해 한 남자가 체포됐지만 아이는 이미 살해당한 뒤였다. 이 학교의 보안 관계자는 "지난 주 공안이 납치범을 학교에 데려와 사건을 재연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에는 선전 푸티엔취 신조우(新洲) 초등학교에서 두 명의 학생이 납치를 당할 뻔하기도 했다. 이 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에 따르면 당일 교문 밖에서 20대 여성 한 명이 장난감으로 두 명의 4, 5학년 남녀학생을 유인해 자신의 차에 태우려 했으나 아이들이 따라가지 않고 나중에 학교 측에 이 사실을 알렸다.
학교 측은 전교 학생의 학부모에게 문자 메세지를 보내 학생들의 등하교길 안전에 더욱 주의해 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홍콩공회연합회(香港工會聯合會) 선전센터의 관계자는 "선전에서 납치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며 선전에 거주하며 학교에 다니거나 홍콩에서 선전으로 학교를 다니는 자녀의 안전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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