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교민 문준식 이사장(보리스문 재단)이 한국어 사랑에 흠뻑 빠져 있어 눈길을 끌고있다.
문 이사장은 지난 10월 한인의 날 행사에서 '한글옷입기' 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티셔츠 1만 여장을 자비로 제작해 홍콩 및 동남아 지역에 배포하며 한글 알리기에 앞장섰다.
또한 문 이사장은 국회와 배제대학교 기념관에서 한국어세계화재단, 한국어세계화포럼 등과 함께 '한국어 세계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주관하고 한국어 세계화를 역설하며 한글 티셔츠 입기를 주도해 갈 것임을 밝혔다.
30여년전 부터 알루미늄과 에너지 제조업을 하던 문 이사장은 공산치하에 있던 러시아와 중국, 한국을 종횡무진하며 사업가로 대성공을 거둬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 문 이사장이 이처럼 한국어 사랑에 빠진 것은 10여년 전부터 러시아와 중국에서의 사업을 서서히 직원들에게 맡기고 홍콩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지난 세월들을 정리하면서 부터다.
1950년대에 그리스정교 사제로 살면서 가난한 이웃과 민족, 나라사랑에 몸 바쳤던 아버지(보리스 문)의 정신을 이어 아버지 이름으로 '보리스문'이라는 재단을 세운 후 가장 먼저 한글 알리기 운동에 뛰어들었다.
오랫동안 해외에 살면서 한인 2세와 현지인들이 한국은 물론 한글에 대한 인식이 잘못돼 있다는 사실에 뼈아픈 고민을 하던 그는 한글을 널리 알리기 위해 한국어세계화재단과 함께 '한글 옷입기 운동'을 확산시키기에 이르렀다.
금년에 1만5천여장을 인쇄해 홍콩과 동남아 지역에 배포한데 이어 내년에는 더 많은 한글 티셔츠를 제작해 가난하고 소외된 나라에 보내 그곳 교민들과 현지인들이 한글 옷을 입고 생활하면서 한국을 느끼고 사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문 이사장의 각오가 남달라 보였다.
보리스문 재단과 문 이사장의 활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6.25 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16개국의 참전용사들을 위해 각각의 나라에 기념관을 세우고 그 가족들이 전사한 용사의 넋을 기리며 목숨을 바쳐 지켜낸 한국이라는 나라를 기억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또한 루마니아의 유명한 수도원의 성화 복원사업을 통해 세계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문 이사장은 "한 나라의 언어는 그 어떤 훌륭한 상품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글의 위대성을 더 널리 알리고 한국어가 세계 속으로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한글의 세계화에 앞장 설 것"라고 밝혔다.
문 이사장과의 취중 토크요즘 한국의 각 언론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취중토크'를 문 이사장과 함께 진행해 보기로 했다.
침사초이 스타하우스에서 나온 우리는 하버시티에 있는 아리랑으로 향했다. 이날 술자리에는 문 이사장과 홍콩에서 절친하게 지내고 있는 이순정 전 한인회장이 함께 자리했다.
한 주전자 가득 채워진 오이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몇 순배 도니 취기가 올랐다. 이순정 회장과의 인연을 묻자, 이 회장이 대우 지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바이어로 만난 게 오늘 날까지 이어졌다고 설명을 한다.
사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에 대해 묻자, 일단 물으면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놓지 않는 악발이 근성이 오늘날의 자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술안주로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이런저런 개인적인 비사들이 줄줄이 나왔고,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인생 여정 중 가장 후회스러운 게 있다면 무엇이냐는 질문을 툭 던졌다.
"사람들이 대단한 자수성가다, 대성했다 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자수성가는 어느정도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대성은 절대 아니다. 눈물 나게 배고프고 가난했던 시절, 악바리 근성으로 사업에 매달리며 일에 매진하느라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다정한 눈 빛 한번 제대로 건네주지도 못하고 쫓기듯 살아왔던 지난 세월들 이 한없이 후회스럽다. 가족들에게 정말 미안할 따름이다. 이제 아이들은 장성해 내 곁을 모두 떠났다.
머나먼 나라에서 각자 열심히 살아가는 아이들을 1년에 한 두 번씩 만나는 그 시간을 위해 나는 1년 내내 살고 있다."
"그러나 가족이 비록 이렇게 떨어져 살고는 있지만, 어느 곳에서건 건강하게 존재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매우 감사해 하고 있다"는 말을 할 때 불그레한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남에게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그가 이렇게 진솔한 가족의 이야기를 해주는 건 상당히 의외였다. 주전자의 오이소주가 바닥이 나고, 다른 소주를 하나 열어 주전자에 콸콸 쏟아 부었다. 엷은 초록색이 참으로 고운 오이소주 한 잔을 더 들이킨 문 이사장은 덧없이 흐른 지난 세월이 떠오르는지 잠시 상념에 빠진다.
<인터뷰어 : 로사 권 rosa@weeklyh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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