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절 - 음력 7월15일은 귀신들의 날지난 9월2일 홍콩 거리로 나서본 이들은 여기저기에서 벌겋게 타오르는 불길과 허연 연기를 내뿜는 향, 어지럽게 차려진 음식, 어떠한 의식을 하는 홍콩인들의 모습을 보며 꽤나 의아스러웠을 것이다.
이날은 다름 아닌 음력 7월15일로 중원절 (中元節)이다. 홍콩사람들은 이날 거리를 떠도는 귀신들을 위해 음식을 차려놓고 향을 피우며, 지전(가짜 종이돈) 등을 태워 번제 드리면서 귀신들을 위로 한다.
홍콩인뿐 아니라 중국인들은 이날이 지옥의 유일한 휴식일로, 저승에서는 귀문관(저승문)을 활짝 열어놓고 조상의 혼령을 집으로 돌아가게 한다고 믿는다.
중국 민간설화에 따르면, 옥황상제의 지령을 받고 염라대왕이 저승의 영혼을 관할하게 되었다. 옥황상제는 염라대왕에게 해마다 음력 7월15일이 되면 반드시 하늘로 올라와 저승의 상황을 아뢰라고 규정했다.
그러므로 해마다 7월15일이 되면 염라대왕은 저승을 떠나서 하늘로 회보하러 올라가는데, 염라대왕이 자리를 뜨기만 하면 저승의 왕궁은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염라대왕은 궁리 끝에 아예 그날은 귀문관을 활짝 열어놓고 귀신들에게 하루 말미를 주어 인간세상으로 돌아가 보게 했다.
귀신들이 평시에는 모두 제구실을 하는 것 같지만 말미를 주어서 인간세상으로 가보라는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일부 귀신들은 거리를 쏘다니면서 나쁜 일을 저지를 뿐만 아니라 인간 세상에 요언을 퍼뜨리고 재난을 들씌웠다.
이쯤되자 사람들은 7월15일을 제사날로 정해놓고 조상에게 정성을 다하고, 고독한 귀신이나 들귀신들을 한 끼 푸짐하게 대접한다. 사람을 해치는 귀신이나 요귀들에게도 제를 올렸고 이로 하여 나쁜 귀신을 쫓는 습관이 형성 되었는데, 이날 만큼은 밤 늦게 까지 돌아다니는 홍콩인들도 심술맞은 귀신들을 피해 일찌감치 집으로 들어가는 풍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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