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 대학의 석사학위 논문이 표절된 것으로 드러난 이후 표절 사례가 잇따라 폭로되고 있는 가운데 돈을 받고 논문을 대필해온 업체까지 발각되면서 중국 학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뉴스에 의하면 중국의 한 네티즌이 지난달 25일 인터넷을 통해 "2006년 썼던 내 논문 가운데 지명만 바꾼 논문이 다른 사람 명의로 버젓이 학술 사이트에 등록돼 있다"고 폭로한 뒤 중국 학계가 술렁거렸다.
쉬쉬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고 베끼는 관행은 있어 왔지만 통째로 베낀 논문이 문제가 된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논문을 베꼈다고 지목된 학생이 소속된 둥베이차이징(同北材經)대는 즉각 조사에 나서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채 해당 학생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묵인됐지만 학계의 고질병이었던 논문 표절 사례가 속속 터져나왔다.
우한(武漢)대학의 한 교수가 쓴 '경제사회학'이라는 논문은 8만여자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베이징(北京)대 교수가 1998년 출간한 저서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하웨이란(哈維蘭) 교수의 '당대 인류학' 번역본과 판박이처럼 같았다.
윈난(雲南)성 중의학원 원장의 논문도 다른 교수의 논문을 과도하게 인용, 창작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의 논문 표절이 도를 넘어섰다는 탄식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엔 돈을 받고 논문을 전문적으로 대필해온 '업체'가 당국에 적발됐다.
우한시에 적발된 이 업체는 80명의 전문 대필 인력을 확보, 학사학위 논문은 1천위안(18만원), 석사학위 논문은 3천500-5천위안(64만-92만원)을 받고 대필해줬으며 1천-2천위안을 받고 대필해준 논문을 학술 관련 간행물에 게재해주기도 했다.
이 업체는 200여 학술 간행물 편집인들과 관계를 맺어오면서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50여개 간행물에 300여편의 대필 논문을 게재했다.
4월 한 달에만 122편의 논문을 대필해준 이 업체는 대학 졸업시즌이 다가오면서 수주 물량(?)이 늘어 최근 4일 동안에만 152편의 논문 대필 의뢰를 받았다.
분야를 막론하고 5-15일이면 한 편의 논문을 완성해준다는 이 업체는 지도교수의 요구가 있을 경우 수정도 해주고 논문 발표회 답변 자료까지 챙겨주는 확실한 애프터서비스와 후불제 적용으로 지난 3년간 이 업계에서는 나름대로 명성(?)과 신뢰를 확보하고 있었다.
중국의 인터넷 포털인 바이두(百度)에 '논문 대필'을 검색하면 694만여개의 검색 결과가 나올 만큼 이미 논문 대필은 대학가에서 공공연한 상식이 돼버렸다.
논문 대필 의뢰자들은 취업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대학생들이 주류를 이루지만 논문 건수와 간행물 게재 건수 등으로 평가를 받는 교사들도 애용하고 있다.
교수들 역시 업무 평가와 승진, 주택과 장려금 지원, 해외 출장 등의 심사 기준으로 논문 작성 및 간행물 게재 건수가 적용되면서 누구랄 것도 없이 남의 논문 베끼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너무 만연해 있어 죄의식도 느끼지 않고 있는 중국의 논문 대필, 표절 사례를 보도하면서 "2007년 국제 과학 간행물이나 국제학회에 발표된 논문이 20여만 건으로 수량은 세계 2위지만 인용 사례는 145개국 가운데 117위에 불과하고 세계 대학 과학 연구 경쟁력 순위에서100위 내에 든 대학이 한 곳도 없다"며 "논문 생산 공장으로 전락한 중국의 대학을 바로 세우려면 전방위적으로 칼을 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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