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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수수께끼 같은 홍콩의 영어 & 광동어 교육문제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9-02-26 12: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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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59호, 2월27일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으나 종종 홍콩의 난제였던 모국어 정책이 수업 시간에 영어 사용을 제한했던 정책을 완화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따라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되었다. 현재는 홍콩의 400여 중학교 중 114개교에 한정해서 영어 수업 진행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 달 입법의원에게 제출된 제안서에 따르면 추가로 80여개 중학교에 영어 수업 진행을 위한 선택권을 허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조치는 11년 전에 시행된 논란이 끊이지 않던 정책에서 U턴한 것으로 당시 이 정책이 시행되면서 학교에서 홍콩의 모국어인 광동어만을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해야 했으며, 제2외국어 수업을 제외하고는 수업 시간에 영어 사용을 금지했었다.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다음 해인 1998년 당시에는 이러한 모국어 정책이 많은 교육자들의 호응을 받았었다.

당시 인용된 정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광동어는 대다수 학생 및 교사의 주요 의사소통 방식으로서 가장 쉬운 정보 전달 수단이 되며 학생들은 광동어를 사용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영어 수업이 허용된 114개교가 아닌 광동어 사용이 의무화된 학교에 아이들을 보낸 부모들은 정부 연구 결과가 주장하는 교육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정책으로 영어 사용 수준이 퇴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

특히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고용주들은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불평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말이 통하지 않아 짜증이 난다고 불평하고 있으며, 외국인 거주자들은 현지인들과의 의사소통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싱가포르인인 Alison Jenner는 홍콩인과 결혼하고 4년 전에 이곳으로 이주했으나 영어만 가지고는 생활하기 너무 불편하여 광동어를 배우고 있다.

그녀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조차 소금이나 후추를 달라고 영어로 말하면 직원이 알아듣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근에 실시된 조사 및 연구는 이 문제에 대한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홍콩이공대학에서 지난 11월 발표한 조사 결과는 영어가 아직도 사업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언어로서 중요성이 광동어를 앞서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 조사는 2만 명의 중국인 전문 직업인을 대상으로 했다.

다른 조사에서는 광동어 수업 진행을 통해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대학 입학률이 훨씬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문대학의 교육심리학자인 Hau Kit Tai 교수는 영어로 진행된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학업 능력이 보다 뛰어나다는 견해에 찬성하지 않는다.

"영어 또는 광동어로 공부하는 것 중 어떤 것이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보다 낫게 하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뛰어난 학생들이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를 선호하는데 이는 순전히 이들 학교가 갖는 명성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학교에서 보다 나은 결과를 내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며, 대학 입학률 또한 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 결과가 홍콩의 성과지향적인 부모들을 불안하게 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는 자녀를 학비가 비싼 사립학교 또는 외국으로 유학을 보내고 있으며, 중국어 습득을 소홀히 하고 있다.

이보다 다소 여유가 없는 가정에서는 영어 수업이 진행되는 공립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려고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공립학교는 대기 인원이 많아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교육학원의 영어과 학과장인 Andy Kirkpatrick 교수는 정부의 정책 변화로 영어 수준이 신장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유자격 영어 교사의 수가 부족하다. 광동어로 다른 과목을 가르쳐 온 교사들도 우선 자신의 영어 수준을 개선하고 영어로 과목을 가르치는 능력을 터득하는 등 광범위한 훈련을 쌓아야 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Hau는 홍콩의 영어 수준을 싱가포르와 비교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찬성하지 않는다. 그는 싱가포르의 높은 영어 능력을 환경의 산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Andy Kirkpatrick 학과장은 "싱가포르에서는 표준 중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대다수 홍콩 학생들에게 광동어는 모국어이기 때문에 중국어를 먼저 습득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이점은 많은 중국인들이 학교를 졸업할 때 영어 능력은 뛰어나지만 중국어 능력은 매우 낮은 싱가포르의 현재 상황을 볼 때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전 입법의원을 역임하고 현재는 비영리 싱크탱크인 '시민 교류'를 이끌고 있는 Christine Loh는 홍콩은 '중국인 됨'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 사회가 중국 사회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구태여 반복해서 중국 사회임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The Standard는 그녀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홍콩은 수준 높은 영어를 널리 사용하여 국제 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싱가포르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언어 교육 및 연구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인 Michel Tien은 최근의 변화는 하락하는 인기를 만회하려는 정부의 정치적 조처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의 시스템에 잘못된 것이 없다면서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 수는 최고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보다 많은 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진행하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위 맞추기에 불과한 이러한 조처는 이성적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장관인 Michael Suen은 변경 안을 옹호하면서 정부의 의도는 학생들을 보다 많이 영어에 접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은 국제도시이다. 따라서 홍콩에 사는 우리 아이들은 모두가 광동어와 영어를 똑같이 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초등학교 6년생 딸을 둔 한 학부모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에서 공부하면 대학 입학이나 취직을 하는데 보다 유리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녀는 "영어 학교를 졸업 이력을 갖는 것이 훨씬 낫다. 공공부문이나 민간부문을 가릴 것 없이 홍콩에서 고위직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이런 학교 출신이다. 11년 전 정부는 모국어 정책을 강제 시행했다. 그 정책이 완전한 실패로 드러난 이제 정부는 다시 정책을 바꾸려하고 있다. 이젠 우리 스스로 알아서 결정하게 그냥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쉘 리, 위클리 리포터 mitchell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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