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갤러리에서 개인전, 오는 15일까지
'옮겨진 산수유람기' 시리즈로 국내 뿐만 아니라 아시아 및 유럽 전역에 걸쳐 주목받고 있는 동양화가 임택의 개인전이 10월17일부터 오는 11월15일까지 신화 갤러리(관장 신성원)에서 열리고 있다.
위클리홍콩은 전시회에 맞춰 신화갤러리를 방문한 임택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가지면서 작가와 함께 옮겨진 산수를 유람해봤다.
Q)‘옮겨진 산수 유람기’의 뜻이 궁금하다.'유람'은 상상의, 그리고 현실의 여행을 뜻한다. 동양의 산수화는 입체적이라고들 한다. 이는 삼원법을 쓰기 때문인데, 삼원법이란, 산 꼭대기와 중간, 그리고 산 밑을 돌아다니며 즉, ‘유람’하며 스케치한 것을 집에 가져와 앉아 한 화면에 그려 넣는걸 말한다. 이로 인해 관객에게 그림 속
에서 산 위, 중간, 밑을 유람할 수 있는 상상력을 준다. 이러한 상상력을 표현코자한 것이 작가의 의도이다.
Q) 조각, 설치, 사진... 장르가 모호한데...나는 장르를 모호하게 하는, 또는 아예 해체시키는 작가이다. 내 작품이 조각과 설치의 경계선에 서있는 듯 구분이 모호한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위에서 물은 ‘유람’의 또 한가지
의미를 덧붙이자면 현대미술의 이 분야, 저 분야를 모험하고자 한다는 의도도 있다. 그러니 굳이 이름 붙이자면 크로스오버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덧붙이자면, 설치와 사진 작품을 한다고 전공인 동양화를 포기한 것이 아니다. 내게 있어선 동양화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이다. '상상 속에서, 또 실제에서 '거닐다''를 표현하기 위한 것. 하나의 변화된, 현대화된
동양화라고 볼 수 있겠다.
Q) 동양화를 사진으로 접하니 이색적이다. 사진작업을 시작한 계기는?2006년 문예진흥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인사아트 스페이스에서 전시를 했었는데 이 때에는 설치가 주를 이뤘고 사진은 8점에 불과했다. 설치작품은 조각작품 과 달리 1회성이란 특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소장 가능한 미술관이 부족한 현실적 문제도 있어서 전시 후 설치물들을 모두 철거해야 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애착 때문에 버리기 아까워서 사진으로라도 남겨놓고자 한데서 우연히 지금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머릿 속 상상의 산수화를 사진으로 그려보자.’ 사실 조각/설치의 장르 구분은 내게 의미가 없다. 조각이 됐든 설치가 됐든 내 작품일 뿐. 결과적으로, 애써 만든 큰 설치작을 사진으로 만들어 더 많은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게 돼 더 기쁘다.
Q) 복잡 다양한 과정을 거치는 것 같은데 작업과정 소개 좀.작업과정은 설치작업 → 미술관에 전시 → 배경이 될 사진 촬영 → 여행 다니며 바다, 나무, 동물, 비행기 등 각종 사물 촬영(이것은 산수화의 스케치 작업에 해당) →포토샵으로 재구성 → 아크릴에 전사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여기서 중요한 단계는 관객의 참여가 이루어지는 설치 후 촬영 단계이다. 바라보기만 하던 설치작품에서 관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작품이 된다.
먼저, 동네 뒷산 등산로를 스티로폼과 한지로 형상화, 하얀 산만 설치된 상태에서 관객에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질문한다. "산 같다." 산에서 어떤 포즈를 취하는지 묻는다. 포즈를 취하면 그것을 찍어서 출력, 관객이 직접 오려서 산 위에 원하는 위치에 놓는다.
관객참여로 뜻 밖의 전개로 작품 안에서 이야기가 생겨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산 위에서 노상 방뇨하는 자신의 사진을 갖다놓았다. 그러자, 다음 사람이 와서 그것을 구경하는 포즈로 사진을 찍고, 다음 사람은 기자가 되어 그것을 취재하기도 한다. 한꺼번에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구전동화가 만들어 지듯 한 사람 한 사람 차례로 와 이야기를 이어나가 만든 것이란 점이 재미있다.
Q) 사진 속에 재밌는 캐릭터가 많은데 선정기준은?캐릭터의 선정기준은 동양화에서 주로 다루는 것이다. 산수화에선 주로 선비와 선비를 모시는 동자 등을, 민화에선 해, 달, 돌, 소나무, 자라, 학 등의 십장생 또는 호랑이 같은 동물들을 넣는다. 여기서 모티프를 얻어 캐릭터를 고르는데, 다만 이제는 볼 수 없는 고전적인 소재들을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친근한 현대적 소재들로 대체해서 쓴다.
기린, 오렌지, 바나나, 팬더 등은 십장생이 가지는 장수와 같은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그와 같은 소재로 쓴 것이다. 현대미술이니 현재 많이 접하는 것, 옛날엔 없었던 것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Q) 혹시 앞으로 다른 장르도 시도할 계획?일단, 이달 말 있을 한국사진비엔날레에 출품하는 등 사진작업을 계속해나갈 생각이다. 하지만 새로운 구상도 물론 있다. 회화(2차원) → 설치(3차원) → 사진(2차원)에서 다시 사진을 회화로 옮기는, 또는 비디오로 재구성하는, 차원을 넘나드는 시도를 계속해보고 싶다.
임택 작가(1972)는 홍익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현재 덕성여대, 경원대, 성신여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한국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 되어 있으며, '옮겨진 산수 유람기'는 2004년부터 시작 되었다.
전시기간: 10월16일-11월15일, 2008년
작가명: 임택 (Lim Taek)
기획: 신화 갤러리 디렉터 Christie YUENSHIN
장소: 신화 갤러리, G/F, 32 Aberdeen St., Cental, HK
문의: 2893-7960/ info@shinhwagallery.com
<인터뷰어 : 장성희 poiu59@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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