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홍콩 택시들이 중심가인 소고 백화점 뒤편에 줄 서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50대 초반의 마이클(..
|
▶ 홍콩 택시들이 중심가인 소고 백화점 뒤편에 줄 서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
50대 초반의 마이클(중국 이름 余達良)은 홍콩에서 25년째 빨간 택시를 몰고 있다. 부인과는 이혼하고 20세 아들과 함께 10평짜리 아파트에서 독신 생활을 한다.
요즘 마이클은 신바람이 났다. 경기가 좋아져 하루 수입이 1000홍콩달러(약 13만원)를 넘는 데다 택시 값(면허+차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어서다.
그는 "한 친구가 최근 개인 택시를 팔았는데 자그마치 365만 홍콩달러(약 4억8000만원)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경기 호황에다 중국 관광객 급증, 홍콩 디즈니랜드 개장(9월) 등 호재가 많다"며 "이런 추세라면 400만 홍콩달러를 넘기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예상했다.
그는 7년 전에 '택시 투기'때문에 쓴맛을 봤다. 아파트처럼 사놓기만 하면 가격이 급등하자 은행 빚을 얻어 350만 홍콩달러에 택시를 한 대 더 샀다. 그러나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홍콩 경제가 추락했다. 부동산.주식시장과 함께 택시 값도 곤두박질쳤다. 3년 새 180만 홍콩달러까지 떨어졌다. 은행 이자도 못내 파산 일보 직전에 몰렸다. 간호사였던 아내와 말다툼이 잦아지면서 마침내 파경을 맞았다. 마이클은 "택시 한 대를 헐값에 처분한 다음 하루에 서너 시간만 자고 죽도록 일해 간신히 파산 위기를 넘겼다"고 털어놓았다.
인구 680만 명인 홍콩엔 대략 1만여 대의 택시가 있다. 차주가 있는 조합택시가 많지만 개인택시도 적지 않다. 차주가 있는 택시의 기사는 월 1만6000홍콩달러(약 210만원)를 차주에게 낸다.
차주로선 연 19만2000홍콩달러의 순수한 수입을 올리는 셈이다. 택시를 300만 홍콩달러에 사도 연 6.4%의 수익률이 보장된다는 얘기다. 은행 예금금리가 2% 안팎인 데 비해 훨씬 높다. 차량수리비.보험료.부품교체 등은 기사가 부담한다. 그래서 택시는 주요 투자 상품이다. 올해는 특히 투기붐까지 불고 있다.
벌써 300만 홍콩달러가 넘는 값에 400여 대가 거래됐다. 목돈을 쥔 조기 퇴직자들이 택시를 사는 사례가 많아졌다. 이들을 겨냥해 월 2000~3000 홍콩달러를 받고 택시 관리 업무를 대행하는 업체까지 생겼다.
그러나 일각에선 "투기 세력의 작전에 넘어가지 말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택시기사 린(41)은 "수입에 큰 변화가 없는데 택시 값이 터무니없이 뛰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택시 수입은 경기에 매우 민감하다. 2년 전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몰아쳤을 당시 홍콩 택시들은 손님이 없어 비명을 질렀다.
공항에선 서너 시간을 기다려야 손님을 한번 태울 수 있었고 시내 중심가에선 빈 택시가 30~40m나 장사진을 쳤다. 차주에게 줄 돈조차 빠듯했다고 한다.
[출처 : 중앙일보, 홍콩=이양수 특파원 ]
ⓒ위클리홍콩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