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의 홍콩 세븐스 대회가 2025년 3월 30일(일요일) 마지막 경기로 막을 내리는 가운데, 캐세이퍼시픽은 카이탁 공항 개항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전설적인 공항에 대한 헌정”의 의미로 당일 오후 4시 07분에 쳅랍콕 공항을 출발하여 빅토리아 항구 상공에서 “카이탁 주 경기장 인근 상공을 저공 비행하는” 항공기 장면을 재현하였다.
예전에 카이탁 공항이 존재했던 주변은 이미 높은 건물들이 들어선 상태라 추억의 홍콩에서 볼 수 있는 건물 바로 위의 비행기를 만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번 '저공비행'을 보기 위해 홍콩섬 Braemar Hill(寶馬山)과 구룡반도 높은 건물들, 그리고 카이탁 스타디움 밖에 많은 사람들이 카이탁 공항의 100주년 행사에 기대를 잔뜩 안고 이른 시간부터 대기하고 있었다.
경찰들이 카이탁 주변 횡단보도에 20명 이상이 배치되어 이 행사를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시민들을 도왔고 인파는 4시 전에는 다들 앉아서 카이탁 체육관에 설치된 노점들에서 구매한 음식을 먹으면서 자리를 잡았다. 4시가 되자 주변 모두가 들뜬 마음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나둘 일어서면서 비행기가 보이기 전부터 이미 치켜든 핸드폰 녹화 화면들은 빨간색 스위치가 들어와 있었고 아이들은 어디냐고 여기저기서 부모에게 묻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누군가 “거도아!(저기다!)”라고 외치면서 빅토리아 하버 남서쪽으로부터 조그맣게 보이던 비행기가 갑자기 크게 다가왔다. 모두가 소리를 지르면서 환호했고 비행기는 가다가 살짝 몸을 틀어 움직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Wing Salute”(경례)을 표하는 몸짓이었고 비행기는 레이위문쪽으로 잠시 사라지는 듯했다. 다시 비행기가 조그맣게 보이기 시작했을 때 다시 환호성이 터지면서 여기저기서 “거도, 거도” 하며 비행기의 위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이는 보이는데 엄마는 안 보이고 엄마는 보이는데 아이들은 안 보이는 주변 상황들이 엇갈리는 순간 비행기가 갑자기 양쪽 날개 쪽에 빨간빛을 내며 예전 활주로 자리에 있는 우리를 보고 정면으로 오는 듯했다.
현장에 있는 인파들은 서로가 생면부지의 관계지만 지금 서 있는 이 자리가 예전 카이탁 공항의 활주로임을 서로 확인하며 설마 이대로 비행기가 우리에게 배를 보여주며 와주는 것인가 설왕설래하며 한쪽 가슴이 뭉클하면서 벅차오르는 감정에 복받치려는 순간 야속한 비행기는 이내 직진하지 않고 오른쪽 빅토리아 항구로 아까 왔던 길로 다시 회항하였다. 다들 아쉬운 순간이었다. 혹시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잠깐 불가능한 기대를 하면서 멈춰있던 발길들이 다시 하나 둘 자리를 떠날 채비를 한다.
⌜캐세이퍼시픽항공 CX8100편이 1607시에 홍콩 국제공항에서 이륙했다. Flightradar24에 따르면 이 항공기는 3분 후 빅토리아 항구에 진입하여 빅토리아항을 따라 동쪽으로 약 900피트 높이에서 레이위문 방향으로 비행하다가 구 카이탁 활주로 끝부분을 스친 후 퉁룽섬 남쪽 바다 위로 동쪽으로 회전하여 되돌아갔다. 항공기는 활주로 끝부분을 두 번째로 비행한 후 서남쪽으로 선회하여 홍콩 국제공항으로 돌아가 착륙을 위해 약 20분간 비행했다.⌟
1925년 1월 25일 개장하여 1998년 7월 6일 새벽 1시 20분에 문을 닫은 카이탁 공항은 조종사들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고 하는 공항 중 하나로, 73년 동안 홍콩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다. 과거 카우룽 시티 주민들은 비행기가 착륙할 때 나는 엔진 소리에 귀를 막았었겠지만, 바로 머리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를 목격한 것도 이들에겐 잊지 못할 역사가 되었다.
‘엄마는 카이탁 공항에 추억이 있지만 아들은 영화에서만 봤으니 이번 백 주년 행사가 얼마나 의미를 가지는지’를 강조하며 동행을 부추겨 준 아들에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든다. 봄 없이 여름이 와버리나 싶다가 갑자기 어제부터 다시 겨울로 돌아간 홍콩에 27년의 추억으로 가슴을 녹여 준 캐세이퍼시픽에 진심 감사한 마음이다.
오른손 손바닥을 보이며 경례하는 영화 ‘영웅본색’에서의 장국영의 모습과 오늘 행사에서 몸체를 보여줬던 캐세이퍼시픽항공 CX8100편의 경례 모습이 유독 비슷함은 나만의 생각일까. 사랑스러운 이 홍콩은 오늘 2025년 3월 30일 내게 또 하나의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을 안겨주었다.
행사 후 돌아오는 길에 카이탁 체육관 한 켠에는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철쭉과 맨드라미가 한창이다.
<글. 위클리홍콩 Haidy Kwak. 영상 허재창>
⌜⌟ HK01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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