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누아르 영화의 명작으로 꼽히는 '무간도' 시리즈에서 잊을 수 없는 연기를 펼친 톱스타 량차오웨이(양조위·62)와 류더화(유덕화·63)가 다시 스크린에서 마주한다. '무간도' 시리즈의 각본을 썼던 좡원창(장문강) 감독의 신작 '골드핑거'에서다. 량차오웨이와 류더화가 한 영화에 출연한 건 '무간도 3-종극무간'(2004) 이후 20년 만이다.
'골드핑거'는 홍콩의 밑바닥에서 무일푼으로 출발해 금융 범죄로 막대한 부를 쌓아 거대 그룹의 수장에 오른 청이옌(량차오웨이 분)의 성공과 몰락을 그린 누아르 영화다. 국가권력도 함부로 못 건드리는 거물로 성장한 청이옌과 그의 범죄를 파고드는 홍콩 반부패수사국 수사관 류치위안(류더화)의 대결 구도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화이트칼라 범죄를 다룬 '골드핑거'는 누아르긴 해도 폭력 조직의 집단 난투극과 같은 대규모 액션 장면은 거의 없다. 그러나 몇몇 액션 장면은 분량이 적긴 해도 상당한 긴박감을 불러일으키고 강도도 높다. 금융 범죄의 복잡한 구조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도 '골드핑거'의 관심사는 아니다. 청이옌의 금융 범죄는 분석적으로 묘사되기보다는 감각적으로 그려진다.
류치위안도 정의의 화신과 같다는 점에서 단순하긴 마찬가지다. 청이옌의 범죄를 수사하는 류치위안은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는다. 가족이 위험에 처해도 그를 멈춰 세우진 못한다.
청이옌과 류치위안을 양쪽에 둔 '골드핑거'는 처음부터 끝까지 선명한 선악의 대결 구도를 이어간다. 선악의 경계를 넘나들고 반전을 거듭하는 '무간도'와는 대조적이다.
량차오웨이와 류더화는 이번에도 관객의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연기를 펼친다. 특히 량차오웨이는 탐욕으로 똘똘 뭉쳤으면서도 시종 웃음을 머금고 희극적 분위기를 풍기는 빌런 청이옌을 인상적으로 그려낸다.
'골드핑거'는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홍콩에서 급속히 성장한 캐리언 그룹이 회계 조작 등으로 몰락한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영화의 시공간적 배경도 1980년대 홍콩이다.
제작비가 홍콩 영화로는 역대 최대인 3억5천만홍콩달러(59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홍콩 개봉 당시 5주 연속으로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했다.
좡 감독의 전작으로는 저우룬파(주윤발)와 궈푸청(곽부성)이 주연한 '무쌍'(2018)이 있다. 그는 '골드핑거'의 주연배우 량차오웨이와 류더화에 대해 "둘이 함께 연기할 땐 서로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이 넘친다"고 말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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