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달러 규모 거래, 엄청난 보너스로 대표되던 홍콩 투자은행가들의 좋은 시절은 지나갔고 거래 부진 속 해고 증가, 은행과 로펌들은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2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자체 집계 결과, 올해 중국과 홍콩에서 진행된 인수·합병 규모는 약 6% 줄어든 1천850억달러(약 241조원)로 2013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전했다. 또 기업공개(IPO) 감소는 더욱 심각해 올해 홍콩의 IPO 규모는 닷컴 버블 발생 직후인 2001년 이후 최저인 46억달러(약 6조원) 규모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10년간 연평균인 310억달러(약 40조원)보다 85% 낮은 수준이다.
또한, 중국 경제의 깊고 긴 슬럼프와 어두운 전망 속 투자은행들은 인력 감축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홍콩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해고를 단행했다. UBS그룹은 아시아에서 약 20여명의 은행가를 잘랐는데 주로 홍콩에서 중국 업무를 하던 이들이었다. JP모건은 아시아 거래 담당 약 30명을 내보냈는데 홍콩과 중국 직원이 가장 많았다.
블룸버그는 10여명의 홍콩 투자은행 자문가들을 인터뷰한 결과 해외 금융 비용 증가, 시장 변동성, 미중 간 긴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동산·기술·금융 분야 단속 등으로 내년에도 환경은 도전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고 전했다. 또 홍콩 주식 시장의 가치 평가 하락과 통제 강화도 중국 기업들의 상장을 막는 요인으로 꼽혔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거래가 줄어들면서 투자은행가들은 한 달 이상의 장기 휴가를 보낼 수 있게 됐으며, 사치 대신 절약 모드로 돌아섰고, 오버타임 근무가 가족과 보내는 시간으로 대체되는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시에 장기 휴가 끝에 복귀할 일자리가 없어질까 두려워하게 됐고 일부는 업계를 떠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은행가들에 대한 보상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악 수준이 된 가운데 거래 둔화는 로펌과 컨설팅회사 등 다른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국적 로펌 링크레이터스는 중국 경제 둔화로 베이징, 상하이, 홍콩 사무소에서 30명의 변호사를 해고했고 덴튼스는 중국 본토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블룸버그는 "홍콩의 장기 침체도 세기말적 느낌을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콩의 집값은 6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고 사무실 공실률은 사상 최고 수준에 가깝다"며 "홍콩 증시 벤치마크는 곤두박질하고 있으며 미슐랭 별 2개짜리 프랑스 식당이 최근 갑자기 문을 닫는 등 고급 레스토랑들도 고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반대로 사업을 확장하기도 한다. 도이치뱅크는 올해 아시아에서 은행가 약 60명을 채용했는데 절반가량이 홍콩과 중국 담당이다. 도이치뱅크 측은 "중국의 현재 거래 흐름은 호황기와 거리가 멀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등 중국 투자에 조금 더 수용적인 지역에서 잠재적 인수를 모색하는 민간기업, 국영기업들과 초기 단계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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