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정보·방첩을 담당하는 국가안전부의 부부장(차관)이 홍콩 국가안보처의 신임 수장으로 임명됐다. 중국 인력자원부는 18일 둥징웨이(董經緯·59) 국가안전부 부부장이 홍콩 국가안보처인 홍콩국가안보수호공서 서장으로 임명됐다고 발표했다.
홍콩국가안보수호공서는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자 중국 정부가 이듬해 홍콩국가보안법을 직접 제정하면서 홍콩에 대한 통제 강화를 위해 설치한 기구다. 홍콩국가보안법에 따라 안보 관련 주요 사안의 수사권을 직접 가진다. 초대 서장이었던 정옌슝은 지난 1월 중국 정부의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의 주임으로 자리를 옮겼다. 허베이성 출신 방첩 전문가인 둥징웨이는 2018년부터 국가안전부 부부장을 맡아왔다.
2021년 미국 망명설이 제기되기도 했던 인물로, 당시 미국과 영국 언론매체는 그가 딸을 데리고 미국으로 망명했다는 루머가 있다고 보도했지만 낭설로 드러났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둥징웨이는 2021년 6월 방첩 관련 세미나에서 "방첩 업무를 잘하려면 간첩뿐만 아니라 내부 반역자와 배후 세력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는 중국 국가안전부가 간첩 활동을 막기 위해 외국의 침투에 취약한 '중점 관리기관' 리스트를 만드는 등의 내용을 담은 '방첩 안보 방비업무 규정'을 만들어 시행한 지 두달이 되던 시점이다.
둥징웨이는 해당 세미나에서 해외 간첩·정보 기관과 각종 적대 세력이 중국에 대한 침투 활동을 현저하게 강화하고 있다면서 반중 세력과 결탁한 내부자와 외국 대리인을 잡아들이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홍콩마카오연구협회 라우시우카이 고문은 명보에 "둥징웨이의 임명은 홍콩에 대한 중앙 정부의 국가 안보 정책이 변화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국가안보 경찰의 법 집행 능력을 높이고 중앙 정부와 홍콩 정부 간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하고 홍콩의 선거제를 개편하며 홍콩에 대한 고삐를 바짝 조였다. 이어 여세를 몰아 홍콩·마카오 담당 부서의 위상을 격상하고, 홍콩이 자체 제정하는 홍콩판 국가보안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해외 체류 민주 활동가 8명에 대해 현상금을 내걸었다. 그간 내각인 국무원 소속이었던 중국 정부의 홍콩·마카오 담당 부서(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는 지난 3월 공산당 중앙 소속인 '공산당 중앙 홍콩·마카오 공작판공실'로 바뀌며 위상이 강화됐다. 서방과의 갈등이 집약된 홍콩 문제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심으로 당이 직접 관할하면서 홍콩의 안정과 안보를 유지하고 '홍콩의 중국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둥징웨이의 임명은 '공산당 중앙 홍콩·마카오 공작판공실'이 지난 11일 첫 회의를 개최한 후 발표됐다. 지난해 경찰 출신으로 2019년 반정부 시위를 강력 진압한 존 리를 홍콩 행정장관에 앉힌 데 이어, 홍콩 국가안보처의 초대 수장이었던 정옌슝을 중련판 주임으로 발탁하고 중국 방첩부 2인자 둥징웨이를 홍콩 국가안보처 후임 수장에 앉힌 것은 홍콩에 대한 통제의 끈을 더욱 조이겠다는 중국 당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출처 :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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