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등 인공지능(AI) 열풍으로 AI 반도체 생산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한 가운데 삼성전자 역시 AI 반도체 생산에 주력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으나 일각에서 회의론이 나온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4일 서울발 기사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의 AI 반도체에 대한 기대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으나 분석가들은 삼성전자가 경쟁사들을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AI 시대를 겨냥한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최첨단 반도체 공정 기술로 AI 시대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2025년에 모바일 중심으로 시작해 2026년에는 2나노 공정을 고성능컴퓨팅(HPC)에 적용하고, 2027년에는 차량용 반도체로 확대하겠다는 구체적 일정을 제시했다. 또 2나노 공정에 주력해 대만의 TSMC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홍콩 증권사 CLSA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 800억달러(약 104조원) 상당을 사들였는데, 이는 2000년 이후 1년 동안 외국인이 삼성 주식을 매수했던 금액 중 가장 큰 규모다. 그러나 NYT는 최근 추세가 이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가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반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3%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 격차도 엔비디아 등 삼성 고객사들이 TSMC로 공급처를 전환하면서 더 벌어졌다. 반도체 산업은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 사이클을 겪는데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인한 글로벌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 등으로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수년 만에 최악의 침체를 겪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95.8% 급감한 가운데서도 시설 투자액은 10조7천억원, 연구개발(R&D) 투자액은 6조5천800원으로 모두 크게 늘렸다. 이 중 일부는 AI 산업에 투자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 분석가들은 AI 열풍으로 메모리 분야가 회복되면 삼성전자가 다운사이클(하강 국면)에도 투자를 늘린 것이 보상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산지브 라나 CLSA 선임 애널리스트는 "수요가 돌아오면 삼성은 만반의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의론자들은 삼성이 스마트폰과 고해상도 TV에서 그랬던 것처럼 생성형 AI 분야에서도 필수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NYT는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엔비디아는 AI 서버 개발에 필요한 D램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공급업체로 삼성전자 대신 SK하이닉스를 택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 부문에서 점유율 약 50%를 차지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40%에 불과했다.
주식조사업체 아레테 리서치의 김남형 애널리스트는 "삼성의 문제는 언제나 크게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돈을 많이 쓰면서도 더 이상 기술 리더가 아니다"라며 시장 점유율에 너무 걱정하지 말고 연구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사 제공: 연합뉴스, 재편집: 위클리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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