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침사초이 소재 홍콩 홍법원에서 “부처님 오신날 봉축 법요식”을 거행했다. 조성건 홍콩한인회장, 신성철 한인상공회장, 이영호 주홍콩한국문화원장, 최성희 코윈 홍콩지회 담당관이 함께 참석해 법요식을 축하했다.
미타심 보살이 영어와 한국어로 진행을 하고 전단향 보살의 명종(종을 치는 행위)과 함께 개회를 선포했다. 다함께 ‘삼귀의’를 제창하고 ‘반야심경’을 독송했다. 동남아 스님의 독경 후 여섯 청년들의 초, 꽃, 향, 차, 과일, 쌀의 육법공양이 이어졌다.
칠보화 보살과 문익생 거사의 보시로 홍콩대 대학원 스님들께 장학금 공양과 장자불자들께 스님과 신도일동이 ‘건강축원금’을 전달하는 훈훈함도 함께 했다. 다같이 청법가를 제창하고 스님 법문을 위한 입정(눈을감고 마음을 고요히 하는 예식)을 행했다.
선덕스님은 법문에서 ‘전도몽상’을 주제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성철 큰스님의 어록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어록을 여러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저는 이 어록을 색안경을 끼고 모든 것들을 육근의 분별로 바라보는 우리를 위해서 각자의 망념으로 바라보지 말고, 그냥 그 자체로 보아라 라는 말씀의 뜻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망념으로 본인들의 망념을 사실이라 착각하며 그것이 ‘맞다’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각은 자기의 경험과 그동안 본인이 알고 있었던 정보 즉 육식의 저장에 의해서 나오는데요. 이 망념을 우리는 확실하고 실체가 있다고 생각하여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망념에 사로잡혀 망념의 노예가 되어 고통과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이 망념이 사실적이라면 왜 고통과 행복 둘로 나뉠까요.
예시로 제가 겪었었던 경험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제가 학인 시절을 보낸 경북 청도 운문사에는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비가 오고 나면 안개로 가득 차 그 웅장했던 산이 안개로 뒤덮여 마치 산이 없는 것처럼 안 보이는데요. 어느 날 비가 오고 난 뒤 운문사를 둘러보는데 ‘어? 원래 이 자리에 산이 없었나?’라며 혼돈이 들어 옆에 있었던 도반 스님에게 “스님 여기 원래 산이 있었죠? 지금 안개 때문에 안 보이는 거죠?”라고 물어보았습니다. 4년 동안 매일 봐왔던 산이고 풍경인데 안개로 덮여 지금 내 눈에 안 보인다고 산이 있었나? 없었나? 라며 혼돈하고 있는 제 자신이 참 재미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매일 봐 온 것들도 당장 내 눈앞에 안 보이면 없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경험하지 않았고 알고 있지 않았던 정보라면 얼마나 더욱더 자신의 생각이 맞는 것이라 착각하며 살까요? 옛날에는 홍역이 난치병이었고, 근현대에는 암이 난치병이었으며, 현재와 미래에는 정신병이 난치병이라고 합니다. 정신병, 저는 정신병이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봅니다. 끊임없는 분별심으로 일체를 바라보는 지금 우리의 모습은 각자의 부처 자리를 알지 못한 채 망념이라는 정신병에 걸려 살아가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사자성어 중에 주객전도라는 말이 있죠. 이 사자성어는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망념이 본인이라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과 딱 들어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제가 출가한 절의 노스님 그리고 비구니를 대표하는 선사 혜해 노스님께서는 “만고강산 유람할제 산신산이 어디메뇨?”라는 민속타령을 하시면서 “이 자리가 산신산이지! 이 도리를 바로 알아야 해”라며 경책해 주십니다. 이것 또한 성철 큰스님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와 같은 ‘직지’를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이 ‘직지’라는 것은 꿈에서 깨어 바로 혹은 육근과 육식의 분별없이 그대로 보라는 가르침이시지요. 범부는 늘 꿈을 꿈으로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각의 꿈 즉 망념에서 벗어나는 ‘직지’가 되려면 흔히들 사용하는 ‘색안경 끼고 본다’라는 말을 인용해 보아 망념이라는 색안경을 벗어야 합니다.
빨간 색깔 안경을 쓴 사람은 빨간색으로 보임이요, 파란 색깔 안경을 쓴 사람은 파란색의 보임만 보일 뿐이기에 일체를 제대로 바로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저마다의 색안경을 끼고서 산과 물을 보고 분별심을 내어 매일 시시비비를 가리며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에 휩싸이며 살아가죠.
이렇듯 우리는 늘 끊임없이 망념이라는 분별심을 내며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 어떠한 몸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직지’가 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애씀의 수행을 한다고 해도 큰 지혜에서 나오는 큰 자유는 나의 것이 될 수 없습니다. 삼세제불이 해탈했다 하더라도 내가 하지 못한 것은 그림의 떡을 보고 침만 흘리는 것이지 나의 허기진 배를 채우진 못한다는 사실이기에 오늘도 순간순간 신심과 발심을 내어 ‘견도’ 하여 우리 모두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성불하기를 간절히 발원합니다." 라고 설법하였다.
홍법원 사부대중(비구, 비구니, 우바이, 우바새의 일컬음으로 모든 사람을 의미)이 불기 2567년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몸과 입에 마음으로 지은 모든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두손모아 참회하고 바른 믿음과 실천으로 이 땅에 불국토를 이루고자 하는 발원문을 청년불자의 시작으로 같이 낭독했다. 보현보살(부처님 가까이서 불교의 진리와 덕을 담당하는 보살)의 마음으로 봉축가 제창 후 형광등을 다 끈 후 연등 불을 밝히는 점등식을 가졌다.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다.
그리고 법요식의 정점인 관불의식(석가모니불 정근을 하면서 아기 부처님을 목욕시키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한다는 자세로 성불을 발원하는 의식)으로 참석한 모든 불자들이 차례로 이 의식을 행하였다. 중생을 다 건지고 번뇌를 다 끊고 법문을 다 배우며 불도를 다 이루리라는 ‘사홍서원’ 제창 후 폐회식을 선언하고 4년만에 열리게된 홍콩홍법원의 ‘2023년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을 마쳤다.
법요식 후 홍법원에서 준비한 산나물 비빔밥으로 공양하며 오랜만에 열린 행사의 이야기로 즐거운 담소의 시간을 나누며 부처님 오신날을 기념했다.
홍콩 홍법원은 1969년 숭산행원 큰스님이 홍콩에 터를 마련하고 1972년 2월 20일 홍법원이 정식개원을 했다. 1984년 6월 지금의 九龍尖沙咀90-94, 彌敦道華敦大夏 14層 A-2b자리에 도량을 장엄하였다.
홍법원 문의 : 신도대표 문익생 852 94709811
<글.사진.WeeklyHongKong Haidy 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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