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목), 미국을 따라 홍콩이 기준 금리를 0.5% 포인트 올려 4.75%로 인상했다. 4연속 자이언트 스텝 단행 이후 처음으로 인상 속도를 조절했다.
홍콩통화국(HKMA)은 미 연준(Fed)이 기준 금리 인상 발표한 후 성명을 통해 기준 금리를 4.25%에서 4.75%로 즉시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홍콩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8년 1월(5%) 이후 약 15년 만에 최고 수준에 육박하게 됐다.
홍콩 공식 통계에 따르면, 당일 홍콩 은행간 금리인 하이보(Hibor) 1개월물 금리가 4.89%, 3개월물 금리가 5.4%, 12개월물 금리가 5.78%로 상승했다. 모두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홍콩 주요 시중 은행들도 기준 금리 이상에 따라 우대 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시중은행은 우대금리를 지난 9월 0.125% 포인트에 이어 11월에 0.25% 포인트 인상했다.
홍콩 경기 침체 속에서도 달러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는 홍콩은 미국 통화 정책을 따르고 있어, 미국 기준 금리 움직임에 따라 앞서 올해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SCMP는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하여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려는 홍콩 경제에 절실히 필요한 ‘한숨 돌리기’라고 설명했다. 레이먼드 영(Raymong Yeung) ANZ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홍콩 거시 경제와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미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이후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조짐이 나타나자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춘 것이다. 미국은 40여 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총 7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다. 특히 지난 5월을 시작으로, 사상 유례없는 4연속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씩 올렸다. 이후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7.1%로, 10월의 7.7%는 물론 시장 전망치인 7.3%를 모두 하회하는 등 물가 상승세가 진정되는 조짐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이 다시 빅스텝을 밟는 대신 금리 인상 속도를 0.5% 포인트로 인상폭을 줄여 속도 조절을 택했다. 올 한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따라 계속 커지는 경기 침체 우려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속도를 늦추긴 했지만 미 연준은 내년에도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긴축 효과가 아직 체감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려면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라며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려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그 전까지는 금리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못을 박아, 긴축 속도 조절은 하되 내년까지 금리를 인상해 고금리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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