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감사한 중국 회계법인의 자료를 미국 규제당국에 제공하는 데 동의하면서 9월 중순 홍콩에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홍콩이 중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슈퍼커넥터’로서의 역할이 다시 한 번 증명되었다.
지난 26일(금), 미국 회계감독기구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는 미국과 중국 규제 당국이 미국 상장 중국 기업의 회계 감사권에 관한 합의에 서명했다며, 감사 및 조사를 위해 9월 중순 홍콩에 감사관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정은 그동안 중국 기업에 대한 감사 품질을 확인할 수 없다는 미국 PCAOB의 문제 제기 끝에, 중국이 해외 감사관이 중국 기업의 감사 서류를 검토하도록 허용한 첫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회계 분쟁을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수년간 PCAOB가 미국 상장 중국 기업이 제출한 감사보고서가 정확한지 판단하려면 보고서를 작성한 회계법인이 관련 규정을 준수했는지 직접 파악해야 한다며, 회계를 직접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중국은 국가 주권 침해 및 안보 위협을 이유로 미국이 자국 기업을 감사하는 것을 거부했고, 양국 간 논란이 돼왔다. 이에 미 의회는 지난 2020년 말 미국 회계기준을 3년 연속 준수하지 않은 중국 기업을 미국 증시에서 퇴출하도록 규정한 외국회사문책법(HFCAA)을 제정했다. 만약 이번 합의가 성사되지 않았다면 알리바바, 바이두 등 164개 이상의 중국 기업들이 2024년 초부터 미국 증시에서 퇴출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6월 기준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168개로, 총 시가총액은 미화 1조5000억 달러로, PCAOB에 등록된 홍콩 및 본토 회계법인 15곳이 감사를 진행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회계 분쟁으로 양국의 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 속에서 이번 합의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첫 단계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후이(Christopher Hui) 재경사무국 장관은 홍콩 규제 기관인 재무보고위원회(Financial Reporting Council)가 이번 감사에 관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PCAOB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 확인하고자 하는 중국 기업 목록과 이들의 회계 감사보고서와 그 밖의 다른 데이터를 요청하면 중국 규제 당국이 중국에서 홍콩으로 보낼 예정이다. PCAOB 감사관은 홍콩에서 중국 기업들의 기록을 현장 감사할 예정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감사가 홍콩에서 이뤄지는 사유에 대하여 홍콩이 중국보다 해외 입국객에 대한 검역 규정이 상대적으로 느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후이 장관은 설령 코로나19 검역 규제가 없었더라도 미국 상장 중국 기업의 감사를 담당하고 있는 상당수의 회계법인이 홍콩에 소재하고 있기 때문에 홍콩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딜로이트, PwC, EY, KPMG 등 빅4 회계법인이 168개 미국 상장 중국 기업의 78%에 달하는 130개 이상의 기업 감사를 담당하고 있다.
한편 칼슨 통(Carlson Tong) 전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 의장은 “PCAOB 감사관들이 감사 서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홍콩으로 전달하기로 한 이번 합의는 ‘일국양제’하에서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의 홍콩의 역할을 보여준다”라며 이번 합의를 통해 홍콩이 중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슈퍼커넥터’로서의 역할을 재조명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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