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홍콩 혼인율과 출산율 수치가 5년 전에 비해 모두 악화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향후 홍콩 사회 및 경제적 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구통계국 최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은 여성 6.7명과 남성 8.0명으로, 3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5년 전 2016년의 여성 12.6명과 남성 14.8명과 비교했을 때, 크게 감소했다.
평균 혼인 나이도 늘어났다. 초혼 평균 나이는 여성 30.6세와 남성 32.2세로, 2015년 여성 29.4세와 남성 31.4세보다 늘어났다.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 수도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는 36,953명으로, 5년 전 60,856명에서 약 40% 줄어들었다.
이번에 공개된 최신 데이터에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적 불안과 국경 간 여행 제한이 많은 사람의 결혼과 자녀 계획을 연기시켰다”라며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정 부분 기여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오래전부터 지속된 추세였으며, 만약 정부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홍콩의 사회적 및 경제적 안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튜어트 지텔-바스텐(Stuart Gietel-Basten) 홍콩과기대학교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는 “역사적으로 경제 및 사회 불확실성이 높을 때면 출산율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행동이다”며 전 세계적인 보건 위기뿐만 아니라 주택, 양육비 등 경제적 이유로 출산을 미루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쉬둬둬(Xu Duoduo) 홍콩대학교 사회학과 부교수는 “홍콩의 혼인율 및 출산율 감소, 결혼 연기 등 현상은 모두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사회적 문제며, 홍콩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인구학적 변화다”며 “홍콩의 높은 물가, 특히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결혼과 자녀 계획을 포기하고 있다.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는 사람들도 늘어나면서 사회에서도 이러한 추세를 점차 더 수용하는 분위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폴 입(Paul Yip) 홍콩대학교 사회과학과 교수는 “오늘날 결혼은 젊은 사람들에게 필수가 아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실직과 재정적 불안 때문에 결혼과 자녀 계획에 대한 확신 또한 줄어들었다. 국경 간 여행 제한까지 더해져 홍콩과 중국 본토인 커플의 혼인도 급감했다”고 말했다.
홍콩 성별 불균형 현상도 심화됐다. 여성 1,000명당 남성은 839명으로, 2016년 852명보다 줄어들었다. 폴 입 교수는 “홍콩인 남성과 결혼을 하여 홍콩으로 이주 온 중국 본토 여성이 많아졌고, 여성의 기대수명이 남성보다 길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폴 입 교수는 홍콩의 고령화와 기대수명 연장 속에서 혼인율 및 출산율 하락 현상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며, 이것이 사회적 불안정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우려했다. 따라서 “단순히 출산을 장려하기보다는 자녀 계획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재정적 어려움, 교육 시스템, 정치적 환경 등 문제들을 제거하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며 저렴한 주택을 더 공급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더 창출해야 하며, 이들이 살기 좋은 홍콩을 보장하여 홍콩 젊은층들의 우려 사항을 해결해줄 것을 촉구했다.
ⓒ위클리홍콩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