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국가보안법 시행 및 코비드19 팬데믹으로 인하여 집회 조직이 어려워진 가운데, 다가오는 6월 4일 천안문 사태 추모 집회가 개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4일(화) 기준, 경찰 또는 정부 당국은 6월 4일 관련 행사 주최 신청을 한 단체가 없다고 밝혔다. 경찰 당국은 당일 어떠한 집회 주최 신청을 받지 않았다며 “시민들의 평화로운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하며, 각각의 공개적 행사 신청을 처리할 때 최신 상황을 바탕으로 독립적 위험 평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 홍콩민주민생협진회(ADPL), 사회민주연선(LSD) 등 민주파 진영들은 SCMP에 국가보안법 위반 모호성을 이유로 올해 추모 행사 개최 계획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로킨헤이(Lo Kin-hei) 민주당 대표는 “시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날을 추모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으며 브루스 리우(Bruce Liu) ADPL 대표는 “사적으로 6월 4일을 추모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상황 속에서 향후 유사한 행사를 조직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다”고 밝혔다.
로니 통(Ronny Tong) 집행위원회 위원이자 변호사는 “시민들은 6월 4일 사태에 대한 애도와 추모를 할 수 있지만 단체로 빅토리아 공원에 나타나 검은색 옷을 입거나 구호를 외치는 행위에 유의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지 얼마 안 된 만큼 많은 행위들의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우며, 참고 사례가 늘어나야 명확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종교 단체들도 올해 추모 행사를 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천주교 홍콩교구가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한 우려로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천안문 추모 미사를 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4일, 천안문 사태 희생자 추모 미사의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에 대한 우려로 올해 추모 미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구는 “가톨릭 신앙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고인을 추모할 수 있으며, 그중 미사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사적으로 또는 소규모로 고인을 위한 기도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교구 내부 관계자는 최근 조세프 젠(Joseph Zen Ze-kiun) 추기경의 체포가 천주교 사회에 충격파를 보냈으며, 이에 추모 미사 개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지난 11일, 홍콩 경찰은 천주교 홍콩 교구장을 지낸 조세프 젠 추기경 외 5명을 국가보안법상 외세와 결탁 혐의로 체포했다. 2019년 홍콩 시위 당시 어려움에 처한 시위자를 위한 기금이 사회조례에 따라 단체로 등록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으며, 당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조세프 젠 추기경은 매년 6월 4일 촛불 집회, 2014년 우산 혁명, 2019년 홍콩 시위 등 홍콩 정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천안문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반부패와 개혁 등을 요구하는 대학생 중심의 시민 시위였으나 인민 해방군에 의해 유혈 진압됐다. 이후 중국에서는 천안문 사태에 대한 언급이 금기시되었다. 그러나 홍콩은 중국 영토 내 도시 중 유일하게 천안문 사태 대규모 추모 행사를 개최해왔다. 홍콩은 일국양제 아래 1990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6월 4일 저녁 빅토리아 공원에서 천안문 사태 추모 촛불 집회가 열었다. 그러나 코비드19 팬데믹을 이유로 지난해에 빅토리아 공원이 봉쇄됐으며, 32년 만에 처음으로 집회가 열리지 못했다. 당시 시민들은 이에 항의해 시내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촛불을 들어 올렸다.
이후 빅토리아 공원 추모 행사를 주최하는 지련회가 당국의 압박 속에서 지난해 9월 해산하고 조직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되었다. 올해도 코비드19를 이유로 빅토리아 공원에서 지정되지 않은 행사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법 학자 마이클 데이비스(Michael Davis) 前홍콩대학교 교수는 추모 집회 진압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공개적인 조직적 행사를 개최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정치학 전문가 스티브 창(Steve Tsang) 또한 “국가보안법은 비애국적 활동이 홍콩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기소나 수감될 각오를 하지 않는 한 공개적 행사를 조직하지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말 홍콩대학교, 중문대학교, 링난대학교 등 교내에 설치돼 있던 천안문 민주화 시위 추모 기념 조형물, 벽화 등이 철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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