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홍콩도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상하면서 22년 만에 최대 인상폭을 단행했다.
지난 5일, 홍콩 통화국(HKMA)은 기준금리를 기존의 0.75%에서 1.25%로 50 베이시스 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2000년 이래 최대 금리 인상폭이다. 에디 위에(Eddie Yue) 통화국 회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며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홍콩달러 유출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동시 대출자에게 자신의 대출 리스트 평가와 관리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지난 4일 미 연준은 예고한대로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0.25~0.5%에서 현재 0.75~1.0% 수준으로 인상됐다. 미국은 통상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씩 올려왔는데, 이번처럼 0.5% 포인트를 인상한 것은 2000년 5월 ‘닷컴 거품’ 이후 22년 만이다. 미 연준의 빅스텝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 중국의 코로나 확산세에 따른 봉쇄 조치로 물가 상승 압박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깔렸다.
일각에서는 제기됐던 ‘자이언트스텝(0.75% 포인트 인상)’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추후 두세 차례의 추가 빅스텝이 예상되면서 경제학자들은 올해 말까지 2.6%까지 인상, 내년까지 3.75%까지 인상해 예상보다 통화 긴축 속도가 갈수록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총 2.25% 포인트를 인상했던 때보다 긴축 속도가 빠르다.
지난 5일(목) 기준, 최근 12월간 은행간금리인 하이보(Hibor)가 17 베이시스 포인트 상승한 2.33%로 올랐으며 이는 1월 0.43%와 비교했을 때 크게 증가했다. 홍콩 주택 담보 대출은 하이보와 연계되어있기 때문에 하이보가 오르면 매월 상환해야 할 대출 상환금도 늘어난다는 의미다. 에릭 초(Eric Tso) mReferral Corporation 부회장은 “가령 500만 홍콩달러를 30년 상환으로 빌렸을 때, 월간 하이보가 0.6%까지 오른다면 매월 976 홍콩달러를 더 상환해야 하며, 0.8%와 1.2%로 인상되면 매월 각각 1,984 홍콩달러와 2,500 홍콩달러를 더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호주계 은행 ANZ의 레이먼드 영(Raymond Yeung)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금리 인상의 시작에 불과하며 많은 담보 대출자들이 경험하지 못한 높은 이율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토미 옹(Tommy Ong) DBS 은행 중화권 자산관리솔루션 책임자는 “홍콩 경제가 이제 겨우 팬데믹으로부터 회복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이 같은 빠른 인상 속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반면 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는 단기적으로 하이보와 연계된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주택 담보 대출에 대한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겠지만, 부동산 구매력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충분치 않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큰 타격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루이스 채(Louis Tse) 웰시 시큐리티스(Wealthy Securities) 책임자 또한 “주식 시장은 이미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분석했기 때문에 시장에 큰 변동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금리 인상보다는 현재 중국 본토 내 코로나 확산세와 대처 방식이 홍콩 주식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단행에 대하여 폴 찬(Paul Chan) 재무장관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하이보가 오르면 주택 담보 대출 차입 비용 또한 늘어날 것이며 홍콩 경제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실업률도 아직 높은 상황 속에서 금리 인상은 담보 대출을 받은 많은 부동산 소유주들에게 재정적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정부가 금융 안정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디 위에 통화국 회장 또한 “홍콩달러를 방어하기 위해 언제든 시장 개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 홍콩 은행 부문에 여전히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홍콩의 금융 및 통화 안전성에 대하여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홍콩 통화국이 기준금리를 1.25%로 인상했지만 홍콩의 주요 은행들은 아직 우대 금리를 현행 유지하고 있다. HSBC, 중국은행, 항셍은행 등은 5%로 유지하고 있으며 스탠다드차타드, 뱅크 오브 이스트 아시아는 5.25%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통화 긴축 당시, 홍콩 통화국이 2015년부터 0.25% 포인트씩 총 9회 연속 인상한 이후 2018년에야 홍콩 주요 은행들이 우대 금리를 0.125% 포인트 인상했다. 이번 경우에도 통화국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주요 은행들의 우대 금리 인상 속도는 다를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홍콩달러 유출이 이어지면서 12일(목), 홍콩 통화국은 홍콩달러 방어를 위해 15억8600만 홍콩달러를 매입해 18개월 만에 시장 개입에 나섰다.
ⓒ위클리홍콩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