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8일에 치러질 홍콩 차기 행정장관 선거를 앞두고 단독 출마한 경찰 출신 친중 인사 존 리(John Lee) 전 정무사장의 당선이 확실시된 가운데 향후 홍콩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에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14일, 존 리 후보는 제6차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공식적으로 출사표를 던졌고 1,454명의 선거위원 가운데 이미 과반수인 786명의 지지를 얻은 상태다. 과거에는 비록 친중 후보끼리의 경쟁이었지만 여러 경쟁자를 두고 선거를 통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이 선출되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이 같은 최소한의 요식 행위조차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정치 전문 기자이자 정치 평론가인 윌리 람(Willy Lam)은 중국 정부가 이번 선거에 단일 후보를 내세운 것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먼저 중국 정부는 건제파(친중파) 후보간 경쟁을 통한 분열을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팬데믹으로 선거 기간이 짧아진 상황 속에서 만약 여러 후보가 올라왔다면 선거가 더욱 복잡하게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마카오 행정장관 선거의 단일 후보 출마에서 착안해 시간적·인력적 절약이 가능한 동시에 중국 정부가 희망하는 후보를 지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윌리 람은 중국이 홍콩 선거 제도를 개혁해 여러 차례의 심사 단계를 통해 중국 당국의 입맛에 따라 원하는 후보가 선출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홍콩 행정장관은 공직선거 출마 자격심사위원회의의 심사를 거친 후 선거관리위원회의 지명과 선거위원의 투표를 거쳐야 선출된다.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된 이래 경찰 보안 출신 인사가 행정장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친중 기업인 출신이나 오랜 경력을 정치인이 통치했던 홍콩에 최초로 경찰 출신 수장이 등장하면서, 문민 통치 시대가 끝나고 경찰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존 리 후보는 결과 지향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며 전임 행정부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예고했고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절차와 법치가 무시될 것을 우려했다.
존 리 후보는 1997년 20세의 나이에 홍콩 경찰에 입문했고 삼합회 척결, 마약 단속 등 강력계 업무를 주로 맡았다. 2018년 경찰 수장인 보안국장에 임명됐고, 2019년 홍콩 범죄인을 중국으로 송환할 수 있는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당시 강경 진압을 명령한 친중파로, 2020년에는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 반중매체 애플데일리 폐간 등을 주도했으며, 홍콩 2인자 자리인 정무사장에 올랐다.
칭 청(Ching Cheong) 중국 전문 기자는 “존 리 후보가 홍콩의 폭력을 중단하고 혼란을 억제했다는 이력 때문에 중앙 정부의 눈에 들었다. 2019년 시위로 인한 정치 혼란 이후 중국 정부는 홍콩의 통치를 본토와 일치화하길 더욱 원했고, 중앙 정부의 지시를 이행해줄 수 있는 경찰 배경을 가진 존 리를 차기 행정장관으로 지목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국제 금융 허브로서의 홍콩의 지위 수호와 국가 안보 간의 선택을 해야 했으며, 국제 전개 발전에 따라 만약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경우, 중국은 국가 안보를 더욱 중요한 위치에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존 리 후보는 당선 이후 국가 안보 강화 및 안정 수호를 가장 먼저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수년간 중국 정부는 홍콩 정부에게 국가 보안에 대한 책임을 강화할 것을 거듭 요구해왔다. 따라서 존 리 후보가 취임하면 안보 안정성 초석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홍콩 정부 차원의 보안법 제정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6월, 중국이 제정한 홍콩 국가보안법 도입이 되었으며 중국 정부는 홍콩 정부에 별도의 국가보안법을 자체적으로 제정할 것을 주문해왔다. 존 리 후보는 “기본법 23조는 최우선 과제 중 하나이며, 홍콩에 안정이 없다면 번영도 없다”며 보안법 제정 의지를 표명했다. 다음으로는 중국 정부가 홍콩 혼란의 원인을 외세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 세력에 대한 단속 및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재임 기간 동안 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기 국가 안보 교육을 강화해 적극적으로 애국 선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친중 진영 최대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DAB)의 호레이스 청(Horace Cheung) 당 부대표는 “최근 몇 년 동안 홍콩은 여러 격변의 시기를 겪었고, 홍콩의 통치적 효율성은 이상적이지 않았다”며 “존 리는 행정장관의 능력을 확실히 갖췄다. 상황에 따라 다른 통치 방식이 필요하다. 안보 외에도 토지 공급, 의료 등 고질적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의 결과 지향적인 접근과 강경한 통치 스타일로 활발한 개혁에 도움이 될 것이다”며 존 리 후보를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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