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다른 주요 금융 허브와 비교했을 때, 홍콩 상장 기업의 성별 다양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증권거래소는 지난 1월부터 이사회 성별 다양성 제고를 위한 새로운 규정을 발효하면서 “성별 다양성 개선이 홍콩이 아시아에서 선도적인 ESG 허브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속가능성 데이터 및 IT 기업인 미오테크(Miotech)의 최신 데이터 따르면, 항셍지수의 65개 구성종목 기업의 여성 이사가 단 11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이사의 14.6%에 불과하다. 2,500개 이상의 홍콩 상장 기업의 상황도 별반 차이가 없다. 지난해 상장 기업 이사회의 여성 이사 비율은 14.9%로, 2019년 13.8%, 2020년 14.4%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미오테크의 페이 우(Fay Wu)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는 “홍콩은 미국, 유럽에 비해 이사회 다양성 측면에서 크게 뒤처져 있다. 항셍지수, 중국의 CSI 300 지수, 대만의 타이엑스 지수(Taiex Index)에 등록된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이사회 비율은 모두 15% 미만이다”라고 말했다.
2020년 MSCI ESG 리서치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 프랑스, 독일의 상장 기업 이사회 내 여성 이사의 비율은 각각 34.3%, 28.2%, 43.3%, 25.2%로 보고됐다. 홍콩은 2019년 12.4%에서 12.7%로 소폭 상승했지만, 서구문화권 국가의 절반 수준이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하는 중국, 싱가포르, 일본은 각각 13%, 19.5% 10.7%로 나타났다.
이사회 성별 다양성 제고를 위해 세계 각국 정부가 상장 요건에 여성 다양성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는 2015년부터 이사회에 최소 1명의 여성 이사를 두도록 의무화했고, 일본은 지난해 고위직 다양성을 촉진하는 정책을 담은 기업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홍콩도 지난해 기업지배구조법 및 상장규칙을 개정했으며, 올해 1월 1일부터 신규 상장 기업 후보들은 상장 시점에 최소 1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기존 상장 기업의 경우, 3년 이내에 여성 이사를 임명해야 한다. 모든 상장 기업은 홍콩증권거래소의 규정에 따라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 달성을 위한 목표와 일정을 공개해야 하며 매년 검토되어야 한다. 만약 규정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 공개 질책, 거래 중단, 상장 폐지 등 다양한 패널티를 받게 된다.
홍콩증권거래소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800개 이상의 상장 기업(약 32%)의 이사회가 남성으로만 구성됐다. 여기에는 차이나 모바일, 메이퇀, BYD, 샤오미 등이 포함된다. 해당 상장 기업들은 2023년까지 여성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회사 블랙록(BlackRock)은 이사회 다양성이 탁월한 리더십과 우수한 재무성과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투자한 기업이 이사회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특정 이사에 반대표를 던져 이사회 다양성을 유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 라우(Zoe Lau) 아시아태평양지부 투자관리 부대표는 “여성 이사가 없는 모든 홍콩 상장 기업의 이사 재선임 과정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블랙록에 이어 글로벌 자산운용회사 피델리티(Fidelity International)도 투자 기업들이 기후변화와 이사회 구성원의 성별 다양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사 재선임 반대에 표를 던질 것이라며 ESG 경영 압박에 나섰다. 선진국과 신흥국 상장 기업들이 여성 이사 비율을 각각 30%와 15%를 확보하지 않으면, 이사회 재선임 과정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가브리엘 윌슨-오토(Gabriel Wilson-Otto) 지속 가능성 투자 책임자는 “홍콩증권거래소의 이사회 성별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요건은 매우 긍정적이다. 기존 이사회 임원의 지인, 친구 등 동일 인재풀에서 이사를 선임하려는 전통적 관행을 깨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맥킨지가 15개국의 1,000개 이상의 회사를 대상으로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성별 및 인종 다양성과 기업 수익성 간의 상당한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영진의 성별 다양성이 상위 25%인 기업은 하위 25%의 기업보다 평균 이상의 수익성을 낼 가능성이 21% 더 높았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건설, 정보기술, 제조업 등 일부 업계 기업의 경우, 여성 이사 선임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체로 경영진 구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동의하지만, 업계의 여성 인재풀이 작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성별에 국한하지 않고 연령, 경력, 문화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접근해야 이사회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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