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세 확장에 나선 다국적 기업과 제조기업들에게 있어 중국은 수년간 ‘약속의 땅’이었다. 이같은 외국 기업의 직원들은 10억 명이 넘는 중국 소비자들을 공략하고자 중국으로 몰려 왔었다. 그러나 이제 그 같은 호시절이 끝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매년 해외 파견지로 이주하는 26만여 가구를 위해 이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니그룹리로케이션(이하 유니그룹)이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 연구는 중국의 호시절이 저물고 있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유니그룹의 고객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을 떠난 이들의 수가 중국으로 유입된 이들에 비해 두 배나 더 많았다.

이처럼 중국을 떠나는 이들이 많은 이유는 보통 2~3년 정도인 주재원 근무 계약이 끝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유니그룹은 분석했다. 그러나 생활비 상승, 본사 업무에 다시 익숙해지고 싶은 욕구, 살인적인 대기오염과 같은 다른 이유도 있다.

유니그룹은 글로벌 경기 변화도 이같은 추세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2009년 이후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다국적기업들이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그 결과, 일부 기업들은 경영 전략을 재고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지도자들은 이같은 성장 둔화세를 ‘뉴노멀’(장기 저성장 국면을 설명하는 새로운 경제질서 용어)이라고 칭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중국 블로그 차이나리얼타임(CRT)과의 인터뷰에서 유니그룹의 스티브 루이스는 중국의 제조비와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일부 기업은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비용이 보다 저렴한 국가로 이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및 유럽 내 일부 국가들의 경기 회복세도 외국인들이 중국에서 발길을 돌리는 또 다른 이유다.

루이스에 따르면 유니그룹의 고객층 대다수(93%)는 다국적 기업의 직원들이지만, 이사 서비스를 문의하는 중국 기업이 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온라인 소매업체에서 국영 제조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유니그룹의 보고서에는 갈수록 팽팽해지고 있는 중국의 정세나 불확실성, 시진핑 주석의 강력한 반부패 캠페인으로 인한 기업의 사업상 어려움은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중국을 떠났거나 조만간 떠날 예정인 외국인들은 이같은 요인 때문에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중국을 떠나는 이들 중에는 서구인이 여전히 압도적으로 많다. 미국이 1위를 나타냈고, 독일, 싱가포르, 프랑스가 그 뒤를 이었다.

미국인은 중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지난해에는 중국으로 옮겨 간 이들의 수가 전년 대비 22%나 감소했다. 유니그룹의 자료에 따르면 2년 연속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이들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겨 간 이들보다 많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중국 내 미국인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계 경영자들과 여타 다국적 기업의 직원들은 떠나고 있지만, 최근 젊은 근로자들이 중국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들 다수는 자력으로 중국에 오기 때문에 유니그룹의 통계치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미국 외에도 홍콩, 네덜란드, 싱가포르 기업들이 중국으로 직원을 파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업 등의 서비스업과 제약업종에서 직원을 파견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홍콩의 경우에도 해외에서 파견되는 주재원보다 떠나는 직원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의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여전히 높고, 금융, 법률, 환대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임원진을 파견하고 있다. 그러나 높은 임대료와 학비까지 더해지면 체류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높아질 수 있다. 유니그룹의 루이스는 “물론 대기오염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출처 : 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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