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기업 '스파게티볼 효과' 걱정 52國과 FTA체결 효과 반감 포괄협정으로 부담 덜어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전격 타결됨에 따라 우리나라와 무역장벽을..
수출기업 '스파게티볼 효과' 걱정
52國과 FTA체결 효과 반감
포괄협정으로 부담 덜어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전격 타결됨에 따라 우리나라와 무역장벽을 허문 국가는 52개로 늘었지만 각 국가별로 원산지 조항이나 세부기준이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수출기업들의 비용이 늘어나는 '스파게티볼 효과'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타결한 한·호주, 한·캐나다 FTA도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어 앞으로 FTA를 맺은 국가들이 늘어날수록 이런 부작용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일 한중 FTA가 전격 타결되면서 2004년 칠레와 첫 FTA를 맺은 후 10년 만에 우리나라는 총 9개(47개국)의 FTA를 발효시켰다. 유럽연합(EU),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의 FTA가 다자간 협정임을 고려하면 싱가포르와 인도·페루·미국·터키 등 총 52개국과의 무역장벽을 낮췄다.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총합은 전 세계 GDP의 73.2%. 우리나라는 칠레(85.1%)와 페루(78.0%)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무역영토를 확보하게 됐다. 조만간 한·뉴질랜드 FTA도 타결될 예정이어서 우리나라의 경제영토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연이은 FTA 체결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와의 무역규모 증가세는 기대에 못 미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무역 가운데 FTA 체결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5.7%에서 2011년 25.8%, 2012년 35.4%로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36.0%를 기록해 1%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무역액뿐만 아니라 무역수지도 악화하고 있다. 2011년 FTA가 발효한 EU가 대표적이다. 2012년 1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던 대EU 무역수지는 지난해 74억달러로 커졌고 올해는 93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칠레 역시 2012년 22억달러 적자에서 올해 29억5,000만달러로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에서 내수 대비 수출이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하면 FTA를 체결할 경우 무역규모가 꾸준히 늘고 무역수지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 현상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스파게티볼 효과'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신동천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러 국가들과 각각 개별적으로 FTA를 체결하다 보면 원산지 규정을 포함해 세부적인 내용에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부분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세번 변경이 필요하지 않는 소량의 비원산지 원재료를 두고서도 FTA별로 한국산 인증에 차이가 존재한다.
예컨대 아세안 국가에 수출하는 섬유제품의 경우 수입 원재료가 10% 미만이면 해당 제품이 국내산으로 인정받지만 칠레나 싱가포르는 8%, 인도와 미국은 7% 미만이어야 한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 제도연구실장은 "각 나라마다 규정이 다를 수밖에 없고 또 FTA별로 민감품목도 차이가 난다"면서 "이러한 차이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최근 10년 새 13건의 FTA를 체결하는 등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스파게티볼 효과라는 부작용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개방도는 다소 덜하더라도 여러 국가들과 맺는 협정이 무역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는 데 유리하다"면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나 한중일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의 협상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만 학계의 우려와 달리 각 협정별로 원산지 규정 등 세부사항이 차이는 나지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관세청의 한 관계자는 "실무적으로 원산지 검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각 국가별 차이에 따라 애로를 호소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면서 "FTA별로 각 품목에 따른 원산지 규정이 다르지만 신규 지역에 수출하기 위해 생산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든가 하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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