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신고 않고 세금 면제 이용해 2000여 점 밀수

홍콩인 보석업자 청모씨(47)는 지난해 1월 한국에 들어올 때 다이아몬드 장신구들을 가져오면서 견본품이라고 세관에 신고했다. 청씨는 홍콩상공회의소가 발급한 일시수입통관증서를 함께 제시했다. 이 증서가 있으면 정식으로 수입신고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고 세금도 면제된다. 단, 가져온 물품은 다시 해외로 가지고 돌아가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판매용이 아닌 단순 견본품이나 박람회나 전시회에 사용할 물품을 들여올 때 적용되는 국제협약(ATA 카르네)에 따른 것이다.

이렇게 세관을 통과한 청씨는 다이아몬드 장신구를 홍콩으로 다시 가져가지 않고 서울 청담동·압구정동 등에 있는 고가 혼수용품 전문 귀금속 판매점 10여 곳에 팔았다. 청씨는 홍콩으로 돌아갈 때는 1만원도 안되는 큐빅 모조품을 입국할 때 가지고 온 다이아몬드 진품인 것처럼 속여 세관을 통과했다. 청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1월부터 올 8월까지 10차례에 걸쳐 다이아몬드 장신구 1486점을 국내로 들여왔다. 일시 수입통관증서에 아예 기재되지도 않은 물품 600점도 몰래 들여왔다. 시가로 모두 70억 원어치다.

청씨는 한국 시장 거래가보다 30~40% 싸게 다이아몬드를 팔았다. 국내 업체들은 싼 가격에 혹해서 ‘수입신고수리필증’ 등 서류를 확인하지 않고 현금으로 물건을 샀다. 세금계산서는 발행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경로로 수입한 제품인 것처럼 꾸며 구입가의 2~3배 가격에 팔았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노정환 부장검사)는 28일 관세법 위반(밀수입죄) 등 혐의로 청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청씨가 미처 팔지 못하고 국내에 보관하다가 압수된 제품 4억 원어치는 국고로 귀속될 예정이다. 검찰은 세금계산서 없이 다이아몬드를 구입한 국내 유명 귀금속 판매점 10 여곳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청씨는 통관 절차와 제도의 미비점을 이용했다. 세관에는 전문 보석 감정인이 없다. ‘ATA 카르네’가 국제협약이라 해외 상공회의소가 발행한 일시수입통관증서를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같은 수법의 밀수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다이아몬드 장신구 완성품 유통규모는 연간 약 1조2000억 원”이라며 “대부분이 무자료로 거래되는 밀수품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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