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국제공항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세계 최고 공항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만큼 훌륭한 시설과 충분한 공간을 갖춘 홍콩국제공항을 ‘제집 삼아’ 살고 ..
홍콩국제공항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세계 최고 공항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만큼 훌륭한 시설과 충분한 공간을 갖춘 홍콩국제공항을 ‘제집 삼아’ 살고 있는 노숙자만 해도 최소 10여 명이 넘는다.
이들은 출국장과 입국장의 의자에 누워 잠을 청하고 매일 아침 규칙적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에서 세수를 한다.
공항 내 서점에서 책을 읽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하루를 보낸다.
공항 노숙자들도 저마다 사연이 있다. 이들은 자녀의 부담이 되기 싫어서 또는 직업도 살만한 정부주택도 없어서 공항을 집 삼아 살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60세 노파인 레이포포(李婆婆)는 1년 전부터 공항에 터를 잡고 살고 있다고 했다. 낮에는 서점에서 책을 보거나 공항 내를 돌아다니고 저녁에는 로비에서 잠을 잔다. 다음 달에는 태국으로 휴가를 가서 공기를 쐬고 올 계획이라고 한다.
레이포포는 “태국의 물가가 홍콩보다 낮기 때문에 10여 홍콩달러면 하루 생활이 가능하다. 수백스퀘어피트의 집 월세도 몇 천 홍콩달러면 되기 때문에 진정한 ‘생활’이 가능해 홍콩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지만 홍콩여권으로는 30일 체류만 가능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아들과 딸이 있지만 자식들 가정에 부담이 되기 싫어서 자신이 공항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적이 없다. 현재 생활방식대로 살면 저축해 높은 노령 연금으로 앞으로 남은 시간 지출을 감당할 수 있다. 자식에게 도움을 받거나 정부의 사회보장지원금을 절대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레이포포는 사회나 자식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원보다 여기가 훨씬 편해”
최근 공항에서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는 Jackie는 공항 환경이 좋다 보니 떠나기 어렵다며 앞으로 공항을 집으로 삼게 될 거 같다고 말했다.
40세의 실업자인 Jackie는 수년 전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정부주택에서 나온 뒤로 여러 공원을 전전하며 노숙 생활을 했고 지난해 12월 날씨가 너무 추워 들어온 뒤로 지금까지 계속 공항에서 지내고 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따듯한 실내를 찾다보니 공항으로 오게 됐다는 Jackie는 공항 출국장에 ‘입주’한 후에 생활이 엄청나게 업그레이드됐다며 웃었다. 냉난방에 냉온수 뿐만 아니라 전기도 사용할 수 있다. 그는 충전서비스를 이용해 자신의 휴대폰을 충전해 사용한다.
Jackie는 기자에게 여기는 WiFi로 인터넷 사용도 가능하다며 어디 가면 태블릿 피시를 싸게 살 수 있냐고 묻기도 했다.
정부 생활보조금을 받고 있는 Jackie는 공항은 물건 값이 비싸서 차를 타고 통총(東涌)이나 다른 지역에 가서 장을 봐온다고 말했다.
공항 생활을 시작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Jackie는 다른 공항 노숙자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다.
Jakie의 친구 첸(陳) 씨는 원래 가족과 캐나다에서 살았지만 사위가 중국에 공장을 열고 난 뒤 다른 일 때문에 캐나다에 머무르는 동안 사위를 대신에 중국 공장에 가서 일을 봐주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중국에 하루 이틀 다녀오는 데 홍콩이나 중국에 집이 없어서 공항에서 잠을 잔다.
홍콩국제공항의 노숙자 문제와 관련해 한 사회복지단체 관계자는 정부의 주택정책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고 비판했다.
홍콩정부는 2005년 독신자 대상 숙소 계획을 취소했고 독신자 대상 정부주택의 대기자는 갈수록 크게 증가하면서 마땅히 지낼 만한 거주지가 없는 이들이 거리에서 밤을 보내는 노숙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홍콩의 노숙자는 약 12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홍콩 이공대학 응용사회학과 교수는 “주택난이 심화되고 저소득 독신자들이 갈수록 많아지면서 가정 문제 또는 주택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노숙을 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국제도시로인 홍콩의 주택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숙자가 텐트를 설치하는 등 공공용지를 지나치게 점유하거나 공항 내에서 범죄 또는 불법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순수한 노숙은 불법이 아니다.
2008년 한 공항직원이 노숙자가 불쾌감을 준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그 노숙자는 여전히 공항에서 생활하고 있다.
홍콩공항관리국은 공항 직원과 경찰이 수시로 공항 내를 순찰하고 있지만 2010년부터 지금까지 노숙자 관련 불만 신고는 6건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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