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투표율에도 불구 범민주파 패배
친중국파가 61% 차지… 6:4 황금비율도 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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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5번째 치러진 입법회 선거일인 지난 9일 늦은 밤까지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사진 출처 : 명보(明報)> |
9일 실시된 홍콩 입법회 의원 선거에 약 183만 명의 홍콩 주민이 참여하면서 53%라는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입법회 선거는 중국식 세뇌 교육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단식 투쟁까지 벌어지는 등 중국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반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치러진 선거여서 범민주파의 승리가 예상됐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범미주파의 패배로 끝났다.
이번 투표율은 지난 2008년 입법회 선거 때의 45.2%보다 7.8% 상승했으며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치러진 5차례의 입법회 의원 선거 중 178만 명이 선거에 참여해 55.64%의 투표율을 기록한 2004년 이후 가장 많은 시민이 투표에 참가해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중문대 정치행정학 이반 초이(Choy, Chi-keung Ivan 蔡子强) 교수는 최근의 국민교육 논란과 렁춘잉 행정장관 취임 후 연이어 발생한 불미스런 사건이 많은 시민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모았다고 분석했다.
이번 입법회 선거 의석수는 2010년 정치개혁안에 따라 이전보다 10개가 많은 70개로 늘어났으며 이중 5석은 직선제 지역구 의원, 나머지 5석은 직선제로 선출되는 직능대표 의원이다.
직선제인 지역구 의원 선거의 총 투표인수 183만 명으로 역대 최대로 시민이 투표에 참가했지만 유효 투표수 181만1천 표 중 범민주파 후보는 101만9천 표를 얻어 56.3%를 차지하고 친중국파는 79만2천표로 43.7%를 얻어, 범민주파는 예상과는 다르게 높은 투표율로 인한 반사 이익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2008년보다 3% 줄어들며 중국반환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의석수도 19석에서 18석으로 줄어들어 범민주파와 비민주파(친중국파)의 소위 '6:4 황금 비율'도 깨져버렸다.
범민주파는 지역구와 직능대표 의원을 합해 총 27석의 의석을 차지해 법안의 입법·개정을 저지하는 최소 의석수(정부의 주요 의제는 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24석이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를 간신히 확보하는 데 그쳐 홍콩 시민들의 반중국 정서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선거에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범민주파는 직선제로 선출되는 지역구 의원 18석, 간선제인 직능대표 의원 6석을 얻었다. 이번에 처음 실시된 직선제 직능대표 의석 5석 중에서는 3석을 확보했다.
친중국 성향인 건제파(建制派)는 17개 의석을 차지했다. 특히 건제파의 중심세력인 민건련(民建聯, 民主建港聯盟)은 9명의 지역구 의원 후보가 모두 당선되며 집권 여당의 지위를 유지했다.
반면 8명의 후보 중 절반인 4명 당선되는 데 그친 범민주파의 중심 정담인 민주당은 앨버트 호(何俊仁) 대표가 선거 결과를 책임지고 사퇴했으며 급진 진보 정당으로 평가받는 공민당은 5명이 직선제 의원에 당선돼 제1야당으로 올라섰다.
인민역량(人民力量)은 3명이 당선돼 지난 입법회 의원보다 1명이 증가했다.
특히 친중파 성향이 짙은 업종 대표 20만여 명이 뽑는 간선제 직능대표와 달리 이번 직선제 직능대표는 홍콩 유권자 전원이 투표해 입후보자(18명) 중 상위 5명을 뽑는 방식이어서 민의와 지지도를 판단하는 척도로 여겨졌으나 기대와는 다른 선거 결과로 범민주파 인사들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급진' 민주파가 참여하지 않아 전통 범민주파(민주당과 민협)와 친중국파(민건련과 공련회)의 대결이 펼쳐진 직선 직능대표 선거마저도 거의 5:5로 범민주파의 득표율은 지역구 의원투표 결과보다 더 낮은 성적을 거뒀다.
이번 선거의 참패 원인에 대해 홍콩 내 최대 민주화 운동단체인 홍콩 지련회(支聯會)와 민주파 정당인 공당(工黨)의 리척얀(李卓人) 대표는 "각 정당이 모두 책임을 지고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협(民協) 역시 "민주파는 이번에도 단결하지 못했다"면서 "서로를 비난하고 선거 과정에의 비협조, 비협상이 건제파보다 많은 표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총 의석수에서는 밀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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