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11호, 1월20일]
한국 이미지 각인..시위문화 개선 논의 계기
한달을 끌어온 홍콩에서의 한국 농민 시위 및 구속 사태가 ..
[제111호, 1월20일]
한국 이미지 각인..시위문화 개선 논의 계기
한달을 끌어온 홍콩에서의 한국 농민 시위 및 구속 사태가 3월초 재판을 받는 시위대 3명을 제외하고는 일단락됐다.
연말 한국 시위대의 활동은 연초 홍콩에서 `대장금'으로 시작된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홍콩과 국제사회에 강렬하게 각인시키며 기대와 우려, 찬사와 실망이 어우러진 채 일단 막을 내렸다.
특히 이번 원정 시위대의 활동은 국내에서의 농민 구타사망 사건과 함께 얽히면서 국내에서 시위 문화의 개선 논의가 시작되는 계기를 맞게 했다.
농민, 노동자, 사회단체 운동가 등 1천500여 명은 지난해 12월12일께 홍콩에 도착, 세계무역기구(WTO) 각료 회의 반대 시위를 벌이면서 당초 우려와는 달리 초반 평화 시위 모습을 보여줘 폭민(暴民)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듯 했다.
비폭력 평화시위를 공언했던 한국 시위대들은 실제로 경찰과 큰 충돌 없이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으며 자신들의 주장과 입장을 홍콩 시민들에게 알리는데 주력했다.
해상 시위, 상여 시위, 삼배일보, 촛불 시위 외에도 경찰로부터 빼앗은 진압방패를 돌려주거나 여성 경찰관에게 꽃을 꽂아주는 등 기발함과 열정으로 한때 홍콩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다.
그러나 WTO 회의 폐막 하루 전인 12월17일 밤 경찰 저지선을 뚫고 회의장으로 진출하려던 시위대와 경찰 간에 충돌이 발생, 우려했던 과격 시위가 재연되면서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동안 관용적 태도를 보였던 홍콩 경찰도 충격탄, 물대포 등 장비를 동원, 강경 진압으로 맞서며 한국인 1천명을 비롯 모두 1천149명의 시위대를 도심 한가운데 포위, 만 하루 만에 전원 연행했다.
결국 경찰의 가혹 행위 의혹 논란 속에
세 차례나 재판이 연기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검찰은 7일째 단식 농성을 벌여왔던 시위대들에 대해 증거부족, 정치적 압박 등 부담을 안고 시위대 8명에 대한 공소를 취하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국내에선 "외국에서까지 저런 모습을 보이다니..." 라는 반응과 함께 최근 농민대회에서 경찰의 폭력행사로 부상을 입은 전용철, 홍덕표 농민이 사망하면서 시위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사회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홍콩에서 함께 시위를 벌였던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한국의 시위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며 "농민들이 한번 몸에 밴 관행을 바꾸는 게 쉽지 않겠지만 폭력에서 비폭력으로 새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힌 것도 계기가 됐다. 농민, 노동자들도 이번 해외 원정 시위 과정에서 현지 경찰과 언론, 시민들의 대처방식과 사법당국의 법률 집행을 지켜보며 국내의 시위 문화의 양상이 바뀌어야 된다는데 일부 체감했다.
전농 이영수 대외협력국장은 "원정 투쟁단이 홍콩에서 다양한 평화 시위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이 많다"며 "한국의 시위 문화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가 `안마당'까지 시위 장소로 허용해주고 언론과 시민들이 시위대의 주장에 큰 관심을 보여주는 상황에서 굳이 `폭력'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필요는 없었다는 것이다.
홍콩 원정 시위는 한국의 이미지를 다시 한번 `지나치게 역동적이어서 불안정한' 모습으로 비쳐지게 하는데 일조했지만 한국이 고질적인 폭력 시위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1월 11일자, 정주호 홍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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