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선양 한국총영사관은 지난달 26일 김영환 씨를 한 차례 영사접견한 상태지만 김 씨와 함께 체포된 한국인 3명은 한 번의 영사접견 기회도 갖지 못한 채 구금돼 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체포된 피의자의 기본권리인 영사 면접권을 보장하지 않는 중국 측의 조치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양국 간 외교 갈등이 표면화 될 조짐이다.
김영환석방대책위원회는 지난 14일 보도자료에서 "김 씨를 제외한 한국인 3명에 대해 중국의 랴오닝 성 국가안전청이 접견 자체를 불허해 영사접견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들은 랴오닝 성 국가안전청에 격리된 채 비밀리에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그러나 영사접견이나 변호사접견이 전혀 허락되지 않고 있어 현재까지도 이들의 신변안전과 구금상황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공안당국은 김 씨와 달리 이들 3명은 영사와의 면담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접견을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영사 면접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자필 서면을 작성한 뒤 중국 공안을 통해 선양총영사관에 전달했다고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전했다.
그러나 이들이 자신들의 신변 보호가 절실한 상황에서 왜 영사와의 면접을 포기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 공안의 강압 때문에 억지로 '포기 각서'를 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중국 측은 이들과 최소한 통화라도 하게 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도 거절했다고 한다.
다만 김 씨의 경우 주선양 총영사관의 영사와 한 차례 접견을 했고 변호사 접견 신청도 해놓은 상태다. 김 씨의 한 지인은 "접견 당시 나머지 3명의 체포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고, 중국 공안 관계자가 배석한 상태여서 이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체포된 3명이 영사면접을 포기할 사람들이 아니다"며 "영사접견 포기 각서까지 들이미는 중국 측의 꼼수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3명을 상대로 고문 같은 실제적 위해를 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북한인권운동가인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49)은 유재길, 강신삼, 이상용 씨와 함께 탈북자 관련 회의를 하다가 체포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3명은 중국에서 탈북자 구출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 민주화운동을 표방해온 김 씨가 북한 체제 전복을 위한 모종의 시도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씨 등에게 적용된 것으로 알려진 '국가안전위해' 혐의도 다른 탈북자 지원 활동가의 경우와는 다르다. 중국 형법에서 국가안전위해죄는 중국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포함하는 가장 처벌이 무거운 죄 중 하나다. 반역이나 국가분열선동, 무장폭동, 간첩죄 등 반체제 활동이 이에 속하며 최고 사형까지 받을 수 있다.
외교 소식통은 "그동안 탈북자를 돕다 적발된 한국인들에게는 주로 타인 밀출입국 방조죄 같은 다른 혐의가 적용됐고 조사 주체도 공안이었다"며 "현재 김 씨 등이 받고 있는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과거 사례와는) 다소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는 듯하다"고 밝혔다.
ⓒ 위클리 홍콩(http://www.weeklyhk.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클리홍콩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