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참석 중인 홍콩 대표단이 홍콩에서 태어난 중국 본토 출신 부부의 아이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문제와 관련해 법률 재해석을 요구했다.

홍콩 전인대 대표단 36명 중 30명은 중국인 임신부의 홍콩 원정 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인대에 홍콩의 헌법 격인 기본법의 해석을 요구하는 청원서에 서명했다고 홍콩 언론들이 12일 보도했다.

영주권 관련 규정인 홍콩 기본법 24조는 그동안 애매한 규정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오면서 원정 출산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앞서 2001년 홍콩 종심(終審)법원은 중국 출신 부모가 홍콩에서 낳은 아이에게 홍콩 영주권을 부여하는 '기념비적 판결'을 내렸다.

당시 이 판결은 부모의 홍콩 거주권 여부와 관계없이 홍콩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에게 홍콩 영주권을 부여한다는 해석을 내렸고 이후 원정출산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했다.

그러나 홍콩 기본법의 해석을 중국에 요청하는 것은 홍콩의 기본 운영원리인 '일국양제(一國兩制)'의 정신에 위배되며 홍콩의 자치권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앞서 지난 1999년 1월 홍콩 종심법원은 "홍콩에 입국한 중국 출생 홍콩인의 자녀에 대해 홍콩 거주권을 줄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중국 당국의 강력한 항의와 중국인의 급격한 유입으로 사회 혼란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기본법 재해석권을 가진 전인대에 종심법원 판결의 타당성을 의뢰했다.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그 해 6월말 `중국에서 출생한 홍콩인의 자녀 가운데 출생 당시 부모 중 한 사람이 거주권을 가진 자에 한해 거주권을 줄 수 있다'며 판결내용에 '출생시'라는 문항을 추가함으로써 거주권 보유 판결을 받은 대륙인 중 상당수가 거주권 발급 대상에서 제외되게 됐다. 당시 이 사건은 홍콩 종심법원의 판결이 전인대 해석으로 뒤집힌 것으로 큰 혼란을 가져왔다.

이번 일에 대해 에릭 청(張達明) 홍콩대 법학 교수는 전인대 대표들이 홍콩의 사법권을 존중하지 않고 중국의 손에 홍콩의 문제를 남겨뒀다고 비판하면서 "이번 일은 홍콩특별행정구가 고도의 자치 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 교수는 항상 법의 해석은 하나여야 하고 새로운 정치·사회 상황이 나오더라도 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홍콩의 웡 얀-렁(黃仁龍) 율정사장(법무장관에 해당)은 전인대의 기본법 재해석 문제는 논쟁거리가 될 수 있으며 정부는 일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 법률 관련 고위 관리가 이번 일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웡 사장은 "전인대의 법 해석 권리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라면서 "그러나 홍콩에는 기본법이 부여한 독립적인 사법권이 있고 최종 법률심사권이 있으며 우리는 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기본법 해석은 쉽게, 서둘러 해서는 안 될 문제"라고 말했다.


<출처 : 연합뉴스 홍콩 황희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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