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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버거운 당신 "향채" "짜우 임싸이(走芫茜) 음꼬이~~~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1-10-02 15:01:38
  • 수정 2011-10-06 11: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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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92호, 9월30일
얼마 전 동네 주민들과 얌차를 하기위해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얌차 메뉴를 고르는 건 내 몫이다. 나는 얌차를 주문하기에 앞서 몇 개의 딤섬을 주문할 것인가를 먼저 헤아린다. 대체로 사람 수의 1.5~2배의 딤섬을 주문하면 맞는다. 만일 4사람이 갔으면 6개나 7개의 딤섬을 고르고 국수나 볶음밥 하나를 주문하면 양이 적당하다.

또 딤섬을 주문하면서 같은 요리의 종류가 너무 겹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8개의 딤섬을 주문할 경우, 찜류에서 3-4개 튀김에서 1-2개, 빵종류 2개, 기타 1-2개 정도면 좋다.

 오늘 이야기의 주제가 딤섬이 아닌데, 딤섬을 장황하게 이야기 하는 것은 딤섬 안에 든 향채(香菜)를 이야기 하고 싶기 때문이다. 중국음식을 먹을 때 의례 나오는 것이 향채가 얼마나 먹기 역겨운지, 그것으로 인해 중국음식과 친해지기가 얼마나 힘겨운지, 그걸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날도 여지없이 그랬다. 홍콩온 지 6년이 다 되어가는 새색시가 자긴 죽었다 깨나도 향채는 못 먹겠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향채는 홍콩거주 1년 만에 향채의 香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고, 요조숙녀들이 입에 대기조차 꺼리는 닭발(뽕짜우)은 보자마자 100% 내 입맛에 맞아떨어졌다. 더구나 100미 전방부터 그 냄새에 기절한다는 썩은두부튀김(차우도우부)도 5년차 되니 그 깊은 맛을 알게 됐다. 그러나 홍콩생활 20년이 다 된 지금까지 절대 친해질 수 없는 게 달착지근한 중국 쏘세지이다.

일반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홍콩이나 중국에 와서 생활하면서 음식에 적응하며 겪는 가장 큰 고통이 그 진하고 역한(?) 향기와 친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홍콩 사람이나 동남아 사람들 대부분이 향채를 탕부터 시작해 생선찜, 계란부침, 하물며 죽과 볶음밥 위에까지 안 넣는 데가 없을 정도로 골고루 뿌려서 먹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90%가 향채가 입에서 조금만 씹히기만 해도 거의 전율에 가깝게 몸을 떨면서 비위가 강한 사람은 급히 꿀떡 삼켜버리고 약한 사람들은 슬그머니 뱉어내거나 화장실로 달려간다.

이 향채 때문에 중국음식이 두려운 사람들은 주문할 때 반드시 이렇게 외치자.

"짜우 임싸이(走芫茜) 음꼬이" - 광동어 : 향채 빼주세요.
"뿌야오 팡 샹차이(不要放香菜)" - 중국어 : 향채 넣지 말아주세요.


 香菜의 오묘한 비밀

하나. 신토불이(身土不二)… 제 땅에서 산출된 것이라야
그러나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을 기억하자. 몸과 태어난 땅은 하나라는 뜻으로, 제 땅에서 산출(産出)된 것이라야 체질(體質)에 잘 맞는다는 말이다. 물론 우리가 이 땅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이 곳에서 살기 위해서는 현지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먹으며 살아야 한다.

어느 나라를 가던 그 지역에 맞는 오랜 경험에 의한 그들만의 향토음식이 존재하는데, 이 향채도 음식과 같은 경우이다. 이곳 사람들은 샹차이를 먹지 않으면 이곳 생활을 잘 견뎌내지 못한다고 한다.

실제로 이곳 사람들은 몸에 이상이 오기 시작할 때 샹차이를 먹음으로 해서 몸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기도 한단다.

따라서 이곳에서 향채를 먹어야만 퐁토병을 잘 이겨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둘. 우리 몸속 수은을 배출시켜주는 지구상 유일한 식물
향채를 이야기 할 때 우리가 꼭 알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하나 있다. 몸속에 들어온 수은을 배출시키는 지구상의 유일한 식물이 바로 이 향채라는 것. 마늘이나 혹은 어떤 다른 열매들도 수은을 해독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해독'이지 결코 '배출'이 아니다.

특히 바닷가에 살면서 어패류를 많이 먹고 있는 경우라면 알게 모르게 수은을 몸에 저축(?)하는 경우가 많다. 공업지역과 인접해 있거나 깨끗하지 못한 연안에서 나는 어패류에는 수은(메틸수은)이 많이 들어있다.

알다시피 수은이란 이 중금속은 몸 속에 한 번 들어오면 배출이 되지 않는다.

몸속에 알게 모르게 들어온 이 수은을 배출시켜주는 식물이 향채라는 것을 알고 나면 이 고약한 냄새에 돌렸던 고개를 다시 돌려오지 않을 수 없다.

과다한 수은이 몸속에 들어오면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킨다. 가볍게는 구토, 설사, 잇몸이나 구강궤양 등에서 시작해 중증에 이르면 정신질환까지 야기시키는데, 심각해지면 뇌와 중추신경계통을 마비시켜 시각장애, 청각장애, 말더듬증, 운동장애, 중풍, 실명, 치매 등을 일으켜 인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한다. 여성이 중독되면 기형아를 낳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수은은 혈중농도 1PPM 수준에서 감각이상증을 일으키는 매우 위험한 맹독성 중금속이다. 때로는 수은의 자체 독성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향채는 우리나라 말로 '고수'라고 한다. 지금도 사찰이나 어느 농촌에 가면 길러서 먹는 곳이 있다. 다른 이름으로는 호채(胡菜), 또는 원채(芫菜)라고도 불린다.

중국의 본초학(本草學) 서적에는 향채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가우본초(嘉祐本草)》
*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다.
* 약의 성분은 肺와 胃에작용한다.
* 효능 :
(1) 발표투진(發表透疹): 성질이 맵고 따뜻하여서 발산(發散)을 잘 하기 때문에 인체의 표피에 차가운 기운이 맺혀서 속에 있는 발진 등이 피부 밖으로 잘 나오지 않을 경우에 이를 잘 돋게 하여 치료한다.

(2) 개위소식(開胃消食): 위장의 기능을 원활히 해주기 때문에 식욕을 증진하고 소화를 잘 시킨다.

《본초강목(本草綱目)》
 향채는 맵고 따뜻하면서 향기가 있기 때문에 몸에 들어오면 몸 속 어디든 잘 훑고 다닌다. 그래서 속으로는 심(心)과 비(脾)에 통하고 밖으로는 사지(四肢)에 도달하기 때문에 일체의 부정(不正)한 기운을 물리친다."

여기서 부정한 기운이란, 병을 일으키는 어떤 원인으로 생각하면 무방하다.

내 개인의 생각으론 이 부정한 기운 중에 수은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향채를 많이 먹읍시다!

hongkongros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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