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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한인 야채가게 '애물단지 신세'… 치솟는 임대료에 폐업 급증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1-06-09 11: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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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68호, 6월10일
"내 아이들에게는 절대로 이 일을 물려주지 않을 겁니다. 아이들 학교 성적이 안 좋으면 아내는 '너도 평생 야채 가게에서나 일 할래?'라며 혼을 내죠."

뉴욕 시내에서 야채 가게를 운영하는 재미교포 2세대 한주(42) 씨의 푸념이다. 치솟는 물가와 임대료, 인터넷 상점 및 대형 슈퍼마켓 체인과의 경쟁 등으로 미국에서 근면 성실한 한국인의 상징으로 통했던 식료품 가게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재미교포 1세대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줬던 작은 식료품 가게들이 이제는 임대료조차 내기 힘든 애물단지가 돼버렸다"면서 소매업계 한인들의 흥망성쇠를 전했다.

한 씨는 미술을 공부했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가게를 맡았다. 하지만 가게를 맡은 이후 '홀 푸드', '프레시 디렉트' 등 대규모 유기농 식료품 업체들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수입은 형편없이 줄었다. 그는 "이 가게는 우리 가족에게 많은 것을 해주었지만 이제는 문을 닫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좋은 식재료를 구하기 힘들었던 1970년대 한국인들은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발 빠르게 뛰어다니며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공급했고 금세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새로 이민 온 친지와 친구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개업 비법도 전수했다. 그렇게 한국인들은 뉴욕의 식료품 소매업계에서 영향력을 늘려갔다. 한 씨의 경우에도 삼촌 4명이 미국에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했었다.

한국인들은 여전히 뉴욕시 전체 식료품 소매점의 70%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점유율은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95년 2500개에서 2005년에는 2000개로 줄었다. 최근에는 더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퀸스대학 사회학과 민평갑 교수는 "한인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형태의 식료품 가게는 10년 안에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재미교포들이 더 이상 대를 이어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지 않는 것은 주변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녀들을 교육시키고, 출세시키고 싶은 한민족 특유의 교육열도 한몫을 한다.

플러싱 지역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이종식 씨는 "한국인들은 자기 자식이 계산대에 있기보다는 법률회사, 병원, 은행 등에서 일하길 바란다"면서 "나도 내 아이들이 나와 같은 일을 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파는 것은 이민 1세대의 직업으로 끝나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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