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 서울보다 비싼 대도시 부동산 가격

 [동아일보] 중국인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소유 욕망은 한국사람 못지않게 강하기 때문에 미혼자의 경우 5명 중 3명이 '집 구매'를 결혼의 선결 조건으로 꼽을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국 경제의 급성장과 함께 부동산 가격도 폭등했다. 상하이·베이징 등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서울을 넘어선 곳도 적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거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의 엔진인 중국의 부동산시장이 붕괴될 경우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의 충격을 넘어설 것이다. 중국 대도시의 부동산 상황을 들여다 봤다.

지난 18일 중국 상하이. 중심가인 인민광장까지 차로 20~30분 달리면 대표적인 외국인 밀집거주지역인 구베이가 나온다. 상하이 내에서도 집값이 비싸기로 손꼽히는 곳으로 동서로 뻗은 구베이 대로변에는 17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다. 이 지역 아파트 값은 2003년쯤부터 들썩이더니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2년여 사이에 매매가가 곱절로 올랐다. 구베이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들러 매매가를 알아봤다. 중상급 아파트 ㎡당 매매가는 4만~5만 위안을 넘나든다. 한국 원화로는 680만~850만 원 수준이다. 평(3.3㎡)으로 환산하면 평당 2200만~2800만 원. 33평 규모인 110㎡짜리 아파트를 한 채 사려면 6억~9억 원은 줘야 하는 셈이다.

베이징 집값도 서울과 비슷한 수준이다. 베이징은 톈안먼 광장을 중심으로 '1~6환'까지 이어진 외곽순환도로를 기준으로 매매가가 형성돼 있다. 숫자가 작을수록 톈안먼과 가깝고 1환씩 높아질수록 대략 ㎡당 가격이 1만 위안씩 떨어진다. 도심에 속하는 2~4환 지역은 ㎡당 평균 5만~3만 위안 선에서 매매가 되고 있다. 외곽지역인 5~6환은 ㎡당 2만2000~2만5000위안(374만~425만 원)가량에서 거래된다.

베이징은 집값 오름폭도 상하이만큼 가파르다. 베이징 왕징(4환)은 2009년 ㎡당 1만5000위안(255만 원) 선이던 아파트가 올 초에는 3만 위안(510만 원) 선까지 치솟았다.

㎡당 평균 매매가로 비교해봐도 베이징과 상하이 집값은 서울과 별 차이가 없다. 지난 10일 중국 CCTV가 보도한 '2010년 중국 도시 집값'에 따르면 베이징 평균 집값은 ㎡당 2만2310위안(379만 원), 상하이는 ㎡당 1만9168위안(325만 원)으로 올 1월 서울의 ㎡당 평균값인 519만 원의 70% 수준까지 근접했다. 중국인 대졸 초임이 평균 3000~ 5000위안(51만~85만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집값 부담을 체감하는 정도는 베이징과 상하이가 서울보다 훨씬 높다. 광저우나 톈진 등 2~3선 도시들의 집값도 ㎡당 1만2000~1만8000위안을 기록했고 매년 20~40% 수준으로 집값이 뛰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모든 아파트들이 이처럼 비싼 것은 아니다. 외곽지역으로 나가면 ㎡당 분양가가 7000위안(120만 원)까지 떨어지는 아파트도 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인구유입으로 도시가 팽창하면서 교외지역 아파트 값도 조만간 따라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몇 년 새 치솟은 중국 대도시의 집값을 놓고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경우 가계와 은행들이 줄도산해 중국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지적이다.

분명한 것은 집값이 중국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투기로 단기간에 재산을 수십억 원으로 불린 중국식 '복부인'이 등장했다. 다른 한편에선 집값을 감당 못해 지하 쪽방에 거주하는 '생쥐족'도 생겼다. 극심해지는 주거 양극화문제와 이에 따른 주거복지문제는 중국 사회의 잠재적 불안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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